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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자동차 파업 종료로 반짝효과를 냈던 경기지표가 10월 들어 다시 나빠지면서 'L자형'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광공업을 제외한 서비스ㆍ건설 같은 주요 산업들이 부진하고 소비와 투자도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전망을 볼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석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정부의 '3ㆍ4분기 바닥론'이 점차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광공업 제외 주요 지표 줄줄이 악화=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0.6% 증가했지만 서비스업(-1.0%)과 건설업(-1.5%)이 수치 하락을 이끌었다. 그나마 광공업은 자동차 파업 종료 효과가 여전히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달(0.8%)에 비해서도 증가폭이 줄었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75.9%로 전달에 비해 0.7%포인트 올랐지만 재조업 재고는 전월에 비해 2.4% 증가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4.7%나 늘었다.
소비도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승용차 같은 내구재(1.8%)와 의복을 비롯한 준내구재(2.7%)의 소비가 늘었지만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3.2%)가 줄어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편의점(13.8%)과 무점포판매(8.7%)의 매출은 늘었지만 대형마트(-4.6%)와 백화점(-2.3%)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가 줄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에서 투자가 감소하면서 한 달 만에 전월 대비 2.9% 감소했다.
정부도 당황한 눈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광공업 생산이 생각보다 안 좋았다"며 "지난해보다 추석이 늦어지면서 10월 초에 연휴효과가 반영됐고 휴대폰 번호이동 단말기보조금이 크게 줄면서 휴대폰 판매가 많이 감소하는 특이요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L자형 침체 굳어지나=문제는 앞으로도 경기지표가 뚜렷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좋아질 계기도 적다. 당장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기계류 내수출하, 건설수주액이 줄면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이 때문에 '3ㆍ4분기 경기바닥론'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박성동 통계청 경제통계국장도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경기회복과 관련, 지표상으로는 부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광공업 생산이 2개월 연속 플러스라는 점은 긍정적이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효과가 연말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바닥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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