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세계 금융위기가 재점화되고 제3차 석유파동이 현실로 닥치면서 내외수 복합불황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가 본격 반영되는 올 2ㆍ4분기부터 수출 증가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내수도 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고유가ㆍ물가상승 등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도 급속도로 소진돼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 원ㆍ달러 환율 상승의 여파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2% 오르며 지난 1998년 10월(25.6%) 이후 9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 4%대 진입도 초읽기가 들어갔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ㆍ고용지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소비자기대지수는 전달보다 2.8포인트 내린 103.1로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2월 취업자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2만채(1월 말 현재)를 돌파했다. 수출도 아직은 괜찮지만 하반기 이후 둔화가 예고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 이어 중국 등 신흥 개도국들도 ‘고물가-저성장’ 시나리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동반침체가 현실화된다면 성장 엔진이었던 수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앞지르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액이 53억8,000억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등장했다. 환율상승은 물가상승 및 서민 체감경기 악화, 소비감소 등을 부추기고 있다. 환율 평가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증시 폭락, 채권금리 상승 등의 부작용도 부르고 있다. 내수ㆍ수출 등 성장, 서민생활과 물가ㆍ국제수지ㆍ고용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대외 악재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는 형국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예전에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물가라도 안정되는 식으로 뭐 하나라도 플러스 요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경기 침체, 서브프라임 문제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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