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능을 사실상 없애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명박 정부 안보정책의 중심이 통일부 주도의 대북지원책에서 국방ㆍ외교 라인 강화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NSC 상임위원회와 사무처 등이 대북지원 등 현 정부의 안보 관련 정책을 실질적으로 기획ㆍ조율하면서 외교안보정책의 전체적인 왜곡을 가져왔다는 게 한나라당의 인식이며 이번 구상은 이런 ‘부작용’을 수정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구상에는 대통령이 직접 판단해야 할 국가안보 관련 현안에 대해 굳이 회의체 형태의 기구를 따로 거치지 않고 각 부처별 업무를 청와대에서 조율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현실적 측면도 고려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안보정책 조정 기능이 강화될 경우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 폐지된 대통령과 국정원장 간 독대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 대북정책 기조 수정 신호탄=한나라당의 이번 방침에는 그간 NSC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작용했다. 집권 초반부터 NSC라는 참여정부 ‘포용정책’의 상징적 기구를 제거함과 동시에 청와대가 새 방향에서 통일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원칙은 없고 일방적이기만 한 대북 유화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인 대북 개방정책이 필요하다”며 안보를 바탕으로 한 대북 경제협력 구상 및 실리외교를 담은 ‘MB독트린’을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정책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대미 공조강화 등으로 옮겨가면서 외교부와 국방부ㆍ국가정보원 등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참여정부가 NSC를 내세워 다른 국외 문제보다 대북정책에 ‘올인’해왔으며 NSC 의결 구조를 통해 국정원과 국방부ㆍ외교부 등의 반대 의견을 통제해왔다”며 “이번 방침은 새 정부의 대북 및 외교정책 수정의 기초 작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권한 어떻게 옮기나=한나라당은 NSC의 기능, 상임위원회나 사무처의 권한 및 조직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청와대 비서실의 실질적 개편을 통해 부처별 현안을 청와대에서 직접 조율하도록 할 계획이다. 헌법 제91조에는 NSC의 자문 기능을 명시하고 있어 개헌을 하지 않는 한 기구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NSC의 심의ㆍ의결권과 상임위원회ㆍ사무처ㆍ파견공무원 등 NSC의 실질적 업무 주체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마련된 것이어서 이 당선자가 취임한 뒤 손쉽게 수정할 수 있어 NSC의 기능과 조직 모두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실 조직을 개편할 뜻을 내비쳤다. 비서실장ㆍ안보실장ㆍ정책실장의 체제에서 안보ㆍ정책 쪽은 따로 실장을 두지 않고 비서실장 ‘원톱’을 내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비서실장과 안보 관련 비서관이 해당 부처와 협의해 안보정책을 조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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