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암초로 작용했던 ‘5ㆍ31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우리 경제에는 여전히 불투명한 경제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선거 후의 경기 상황을 좌우할 복병은 대략 5가지.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우리 경제가 대선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된 것이라는 점이다.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정국의 주도권이 야당으로 옮겨진데다 여당 내 분열 움직임이 가속화할 경우 경제정책에도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 확실시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국면으로 빨리 전환될 경우 사회적 갈등과 대결양상이 증폭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민간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책의 골간을 이뤘던 당정협의가 삐걱거리고 정기국회를 목표로 한 중장기조세개혁방안 등 입법안들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정책의 표류 상황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본격화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복잡한 정치권 세력재편과 사회갈등에 얽혀 방향타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두번째 복병은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여부. ‘버블 세븐론’이 등장한 후 부동산 경기의 위축현상이 가시화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등을 앞두고 매물이 대거 등장할 경우 부동산 경기의 급속한 냉각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강세로 돌아선 소비 경기가 부동산 경기의 급랭과 맞물려 가계대출 부실 등 내수경기 전반에 한랭전선을 이끌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 복병은 주력제품의 수출단가.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수출단가가 계속해 떨어지고 있는 점이 큰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디지털방송 시작을 앞두고 LCD TV를 본격 구매하기 시작하는 4ㆍ4분기쯤 이들 제품의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어디까지나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주력제품의 수출 시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불안함을 보이고 있는 우리 수출 전체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번째 복병은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듯이 유가와 환율ㆍ금리 등 경기 함수들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유가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내년까지 배럴당 70달러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 상황.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질 경우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글로벌 금리인상 행진이 이어지고 한국은행도 금리 운용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둔화ㆍ물가 오름세→금리인상ㆍ부동산 경기 침체→가계 부담 가중, 금융 부실 가시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예측하기도 한다. 마지막 복병은 역시 세계경기의 둔화 가능성과 속도, 그리고 이와 연계된 글로벌 자산 거품의 붕괴 여부다. 오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지난 2002년부터 4년가량 상승기조를 보여온 글로벌 경기가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올해를 변곡점으로 내년과 후년 조정국면이 예상된다”며 “우리 수출도 하반기에 약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가 조정(correction)이 아닌 붕괴(collapse)로 진행될 경우 우리 경제도 경착륙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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