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225지수가 5월23일 7.3% 폭락한 후 국내 설정된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1주일 사이 219억원이 순유출됐다. 올 들어 1월(116억원), 2월(249억원), 3월(574억원), 4월(381억원), 5월(381억원)에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지만 최근 1주일 동안만 2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다. 주간 단위 자금 유출입 현황을 살펴봐도 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건 올 들어 처음이다. 2월 둘째주 103억원이 빠져나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간 자금이 순유입되거나 20억원 미만이 유출된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단기간 내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데 대해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단기적으로 국내 기관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들은 이미 40% 가까운 수익을 봤기 때문에 일본 증시 폭락에 대비해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5월부터 자금이 큰 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프랭클린템플턴재팬자(F)(주식)가 5월에만 130억원이 유출됐고 피델리티재팬자(주식-재간접)A가 74억원 빠져나갔다.
일본 주식형 펀드의 자금 엑소더스가 시작된 것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됨에 따라 일본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주간(5월23~29일) 일본 증시는 차익 실현 매물이 빠져나간데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감이 부각되고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서 8%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주일 사이 환노출형 -3.46%, 환헤지형 -5.20%를 기록했다. 3일 닛케이225지수 역시 3.19%(440.02포인트) 떨어진 1만3,334.52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아베 신조 총리의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약화된 상황에서 일본 실물 경기가 회복될지 의문을 가지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아베노믹스의 목표 인플레이션인 2%까지 가기 위해서는 엔화가치가 150% 절하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일본 증시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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