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입장권 증정하고 지도 배포… 면세점·호텔도 여행객 유치 사활
위축된 소비 반전시킬 교두보로
# 지난 30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중국 노동절과 일본 골든위크를 맞아 을지로입구역과 명동역 사이에는 양어깨에 쇼핑백을 둘러멘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명동 한복판에 자리잡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입구에서는 쉴 새 없이 '니하오(안녕하세요)'가 흘러나왔다. 매장 안에는 삼삼오오 모인 20대 중국인 여성들이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광고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틀 전에 한국에 왔다는 왕리(25)씨는 "당초 백화점에서 쇼핑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에 없던 화장품을 샀다"며 "또다시 찾을 손님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점원들이 친절하고 통역도 훌륭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황금연휴를 맞아 외국인 사로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가격 할인과 사은품 증정이 주력이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VIP 전용 서비스와 멤버십 서비스 등을 통해 단골 고객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회성 판매가 아닌 재방문을 유도해 '한류 쇼핑'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외국인 특수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반전시키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각오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외국어 구사 직원을 매장에 대거 투입했다. 외국어로 상품 판매지원이 가능한 인력을 전체 직원의 80%로 늘렸고 교환과 반품까지 응대할 수 있는 외국어 능통자 비중도 10%가 넘는다. 번거롭게 통역 데스크를 방문하지 않고도 매장에서 바로 불편사항을 처리할 수 있어 벌써부터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전속 모델인 한류스타 김수현과 소녀시대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불을 지폈다. 오는 3일까지 중국 관광객이 백화점을 방문해 배우 김수현의 사진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김수현 관련 경품을 증정하고 본점 정문에서는 '김수현과 함께하는 한류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또 6일까지 본점·잠실점·부산본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에게는 구매금액의 5%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롯데아울렛에서도 3%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
박중구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내수 침체로 지난달까지 판매가 다소 부진했지만 황금연휴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했다"며 "특히 모델인 김수현을 활용한 한류 마케팅이 중국인들에게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중국 고객 유치를 위해 아예 중국인 2명을 마케팅 직원으로 채용했다. 해외 설명회와 현지 언론홍보 등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맡는다. 이들은 중국 여행사와의 제휴 마케팅과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관광공사와의 소통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황금연휴에 '한국방문 우대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VIP 마케팅을 펼친다. 법무부와 문화관광체육부가 주관하고 우리은행이 발급하는 이 카드는 우리은행 중국지점의 우수 고객과 중국 고위공무원을 겨냥했다. 앞서 국내 백화점 제휴처로 선정된 신세계는 카드 소지자에게 구매금액 10% 할인과 금액대별 5% 상품권을 제공하고 1대1 전담 통역 서비스와 신세계 인천공항라운지 이용권 등을 통해 차별화에 나선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 웨스트 5층에 외국인을 위한 '글로벌 VIP 라운지'를 마련하고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시어지 데스크'를 운영한다. 마치 비서처럼 고객과 매장을 일일이 동행하며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일종의 쇼핑 도우미다. 이와 함께 지난 3년간 매출 상위 10%에 해당하는 외국인에게는 '글로벌 VIP 멤버십'을 발급해준다. 멤버십 고객에게는 상시 5%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화장품으로 구성된 웰컴 기프트와 호텔·병원·카지노 등의 할인권이 포함된 VIP 바우처가 주어진다. 권준희 갤러리아 명품관 마케팅전략팀장은 "처음 시행하는 중국인 VIP 바우처 서비스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VIP 고객 마케팅에서도 차별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의 발을 묶어두려는 사전 마케팅도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천공항 입국장과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옥외 광고를 설치하고 중국 공항의 출국장과 발권대에도 대형 광고판을 내걸었다. 국내에 입국한 관광객을 위해 명동·잠실 등의 관광정보센터에도 이벤트 안내문을 비치했다.
지난 3월 중국 파워블로거를 초청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신세계백화점은 베이징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광객에게 전단지를 배포하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노선의 기내잡지에 광고를 강화했다. 전국 주요 관광안내소와 호텔·투어버스에도 홍보책자를 비치해 자연스럽게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면세점과 호텔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신라면세점은 장충동 서울점에서 200달러 이상 구매하는 중국인에게 N타워 전망대 입장권과 자물쇠를 증정하는 '신라에서 온 그대' 이벤트를 진행한다. 롯데호텔은 롯데호텔서울 쿨팝스프라자를 방문한 중국 고객에게 '치맥세트'를 주고 롯데호텔제주에서는 제주 관광명소를 중국어로 안내하는 '에이스 추천 제주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츠칼튼서울은 안내 데스크에 한복을 입은 직원을 배치하고 서울 강남·이태원·명동 등 서울 명소를 담은 중국어판 지도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최민도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이번 노동절을 맞아 중국인의 성향을 고려한 다양한 마케팅으로 내점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이와 별개로 연중 마케팅을 진행해 핵심 고객으로 자리잡은 외국인 손님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국내 유통가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인 손님 공략에 못지않게 엔저 현상으로 감소세에 접어든 일본 관광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업체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은 405만명으로 352만명을 기록한 일본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대일감정 악화와 홍콩의 상품구매 규제 등으로 5월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기에 신한류 열풍까지 더해지면 올해 노동절을 기점으로 유통업계는 상당한 매출을 이끌어내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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