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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 경영혁신] 우체국 직원 "우리도 영업사원"
입력1998-12-09 00:00:00
수정
1998.12.09 00:00:00
「모든 직원의 영업사원화」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업」이라는 말조차 필요 없을 것 같았던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내건 슬로건이다.
지난 3일 오후 7시 부산시 중구 중앙동 부산우체국. 관리과장 이진호씨는 서둘러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는다. 그러나 퇴근하려는 게 아니다. 전화를 받고 고객이 미국에 부칠 국제 특급우편물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이같은 일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건 李씨가 관리과장이라는 점 때문. 예전 같으면 자리에 앉아 서류나 챙기는 게 그의 몫이다. 더구나 지금은 7시. 이미 퇴근해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할 때다.
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李씨의 사례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우체국 직원 300여명 모두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모든 직원이 영업사원이다.
영업과장 성맹철씨는 『올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개인의 업무보다 고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일이야 업무시간 이후에도 할 수 있지만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이같이 생활하길 1년여. 결과는 놀랄만 했다. 국제 특급우편 매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24.3% 증가했다. 국내 특급우편도 27.7%나 늘었다.
부산우체국은 곧 모든 관리조직을 없앨 계획이다.
규모가 부산보다 작긴 하지만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우체국도 모든 직원이 영업사원이긴 마찬가지다. 특히 거제우체국의 국제특급우편 매출 신장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11월 기준 매출액은 5,000만원. 올해초 정부가 하달한 매출 목표가 고작 840만원이고 지난해 매출액이 92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목표달성률이 무려 602%고 신장률은 5,505%에 달하는 셈이다.
두 우체국의 사례는 소포 시장의 격변을 예고한다.
소포시장(국내·외 특급우편)은 지난 10여년간 DHL같은 민간업체가 도맡아 왔다. 우체국은 80년대말부터 덩치만 커지고 경쟁력을 잃어 소포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시장점유율을 따지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그러던 우체국이 배순훈 장관이 취임한 뒤 「오픈 2001」이라는 기치 아래 민간 기업의 「경영」과 「영업」개념을 도입하고 나서부터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부처로는 드물게 성과급을 지급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김정수 거제우체국장은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이 열심히 한다』며 『우체국도 이제 앉아서 일하는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부산·거제=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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