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1·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롱쇼트펀드 운용사들이 특정 기업에 대해 공매도 주문을 냈다가 오히려 주가가 오른 탓에 손실을 보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시(IR) 담당자들이 정보를 보수적으로 공개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자료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운용사의 임원은 "CJ E&M 실적 유출 관련자 처벌 이후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간 정보교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실적 자료 확보가 안 돼 하락할 것을 예상해 공매도 주문을 냈다가 예상 외로 오르는 바람에 하락장에서 두 배로 손실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롱쇼트펀드는 주가가 오를 종목은 매수(롱)하고 내릴 종목은 매도(쇼트)하는 펀드다. 박스권 증시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알려져왔지만 최근 많은 롱쇼트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절대수익이라는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46개 롱쇼트펀드(멀티클래스는 대표클래스로 표시)의 월평균 수익률이 3월(-0.18%)과 4월(-0.19%)에 연달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4월은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공개 시즌을 앞둔 시점이다. 이처럼 절대수익 룰이 깨지자 4월 순유입액은 전월(4,375억원)보다 3,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1,467억원을 기록했다. 이달도 평균수익률은 9일 기준 -0.16%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단기 실적정보는 국내 증시에서 절대적인 투자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모 운용사는 지난해 CJ E&M 실적을 미리 파악한 후 매도해 큰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훈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우리나라만큼 기업정보를 세세하게 공개하는 나라도 드물다"며 "선진국의 경우 실적정보보다는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고 말했다.
CJ E&M 미공개정보 관련자 처벌이 단기적으로 업계에 악재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롱쇼트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그간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시즌이 되면 하루에 수차례 IR 담당자들과 실적 변동을 확인하는 등 실적 플레이에 치중해온 면이 있다"며 "미공개정보 이용자 처벌 이후 실적 확보 속도전에서 벗어나 각종 경제지표, 매출 데이터, 수년간 수익률 흐름을 통해 방향성을 예측하는 관행이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종목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보고 투자하면 단기적인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급등락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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