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왜 친한 동성친구와 화장실에 같이 가는 걸까? 이성교제를 할 때 남자는 왜 여자의 S라인 몸매에 눈이 돌아가고, 여자는 분위기에 빠지는 걸까?' 비밀은 바로 뇌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호르몬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뇌의 구조와 화학작용에 정답이 숨겨져 있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는 뇌의학 분야에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것은 30여년 정도. 하버드대 의대와 캘리포니아 대학(UC Berkerly)에서 의학과 신경생물학을 전공한 루안 브리젠딘 박사는 1970년대 초창기부터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와 다르다는 것에 관심을 두고 평생 연구과제로 삼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남녀의 차이는 대략 이렇다. 여자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남자는 논리적ㆍ공격적이며 성적 충동이 강하다 등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여자의 뇌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섬세하다. 사소한 말에도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아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물리적인 힘이 약해 이성친구보다 동성친구와의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수천년간 내려온 학습효과가 DNA에 새겨진 것도 모두 뇌의 작용에 의해서다. 저자는 이처럼 심리학과 사회학 차원에서 연구돼 온 남녀차이 이론을 뇌의학과 생물학을 근거로 풀어낸다. 여자는 언어와 청각에 관련된 뇌중추를 남자보다 11퍼센트 더 많이 갖고 있으며, 정서와 기억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해마상융기(hippocampus)도 여자가 더 크다는 것. 반면 행동과 공격성을 지배하는 뇌중추는 남자가 더 크고, 성적 충동에 할애된 뇌 공간도 남자가 여자보다 2.5배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댄다. 저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여자는 하루에 1회 정도 성적 충동을 느끼는 반면 남자는 52초마다 성적충동을 느낀다는 것. 또 여자가 공격적이지 않다는 가설이 오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다만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나약한 여자는 장미가 향기를 뿜듯 은근한 방식으로 공격성을 발현해 눈에 덜 띤다는 설명이다. 책은 유아기ㆍ청소년기ㆍ성년기ㆍ장년기로 구분하고 여성의 뇌가 어떻게 작용을 하고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X와 Y염색체에 의해 남녀 성별이 구분되는 태아기부터 남녀의 차이는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전쟁놀이를 하는 남자아이와 소꿉놀이를 하는 여자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취향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즉, 페미니스트 운동권에서 주장하는 남녀 성차별 타파는 여성에 대한 무지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10대 소녀들은 수학문제를 푸는 것 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쇼핑을 하고 멋진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에 올인하는 것은 이때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온 몸이 흠뻑 적셔지는 시기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 반대로 소년들은 갑자기 과묵해지면서 가족과 대화를 싫어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방안에 틀어박혀있기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하게 분비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책은 여성과 남성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와 섹스에 대한 생각의 차이 등 결혼적령기의 남녀차이, 출산 후 자녀 양육기에 접어든 여성의 신체적ㆍ정서적 변화 그리고 폐경기 이후 여성의 정서 등 남녀 차이의 근원을 시기별로 분석한다. 지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자.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여성의 잠재된 능력을 키워 사회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끌어들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여성의 미래는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중고등학생 딸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은 부모와 조직 내 업무 효율 강화를 위해 여자 부하직원의 속사정을 파악하고 싶은 팀장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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