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다 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경우 서민물가에 곧바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금융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1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22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적용 대상에서 주유소, 대학 등록금, 대중교통 등의 업종은 제외된다.
서민생활에 밀접하거나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업종들에는 새 수수료 체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조만간 카드사들이 신고해온 예외업종들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이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와 대중교통 등은 서민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새 수수료 체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대학 등록금의 경우 현재 수수료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유소와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인 1.5%, 1.85~3.30%가 그대로 적용된다. 또 1.0~1.5%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대학들 역시 현재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음달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들과 자금조달ㆍ위험관리 등의 비용, 원가 등 이른바 '적격비용'을 반영해 가맹점 수수료를 새로 책정해야 한다.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 취급 금액이 많아 대부분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내왔지만 법 개정으로 대부분 상향 조정해야 한다.
다만 세금 등 카드사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경우, 행정기관이 행정 서비스의 이용대금 등을 법률로 명시한 경우는 적격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카드회사가 일반 가맹점과 달리 적격비용을 차감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금융 당국에 신고하면 심사를 거쳐 허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현재 개정안 시행을 한 달 앞둔 시점이어서 카드사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적격비용 적용 제외 대상으로 선정되면 기존 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대형 가맹점들과 껄끄러운 협상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예외업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들과 성실하게 수수료 협상을 하지 않고 예외업종으로 신고해 면책 받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수수료 협상을 벌이지 않고 적격비용 차감조항을 이용해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가려낼 것"이라며 "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야 등으로 원칙을 세우고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들은 이번주에 적격비용을 반영한 새로운 수수료율을 대형 가맹점에 통보할 예정이다. 코스트코를 비롯해 일부 가맹점들과의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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