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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시장개입 진퇴양난

환율 이틀간 15원 급등 1,031원대<br>달러 강세전환·개입명분 약화·보유외환 감소 부담<br>당분간 상승전망 우세속 "중장기론 안정" 관측도


원ㆍ달러 환율이 한달여 만에 1,030원대로 치솟자 외환당국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외환보유액 감소-개입명분 약화-달러화 강세 전환’ 등 3각 딜레마에 갇혀 행동 반경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달러강세를 틈탄 역외세력의 파상공세로 환율이 당분간 상승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강(强)달러 현상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환율 이틀간 15원 수직상승=1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원화 환율은 달러당 전주 말 대비 4원 상승한 1,031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틀 만에 15원40전이나 오른 것으로 1,030원대는 지난 7월7일 당국이 시장개입을 공식 선언한 다음날인 8일(1,032원70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장중에는 1,037원50전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당국이 약 15억달러를 풀며 매도개입에 나서 상승폭을 크게 낮췄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지난주 말과 마찬가지로 달러화 강세 영향이 컸다. 아시아권 통화약세에 베팅하는 세력과 원자재에서 빠져나온 투기자금, 원화약세로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환헤지 수요 등이 환율상승을 강하게 이끌었다. 또 공기업ㆍ은행권의 외화채권 발행이 오는 9월에 겹쳐 달러 선취매에 나선데다 정유사들이 유가하락 타이밍상 결제수요에 적극적이었던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당국, 시장개입 진퇴양난=당국이 이날 장 후반 매도개입에 나서며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운신의 폭에는 제약이 만만찮은 형국이다. 우선 시장개입 명분이 약화됐다. 지난달 초 ‘환율전쟁’을 선포할 당시에는 유가가 140달러대, 환율이 1,050원대로 급등, 환율개입이라는 간접 방식을 통한 물가안정이 시급했지만 최근 금리인상이라는 직접 방식의 물가잡기로 선회한 만큼 환율개입의 명분이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가치의 강세 전환도 당국에는 껄끄러운 요소다. 최근 대다수 아시아권 통화가 달러강세 여파로 약세로 돌아섰지만 당국이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개입을 지속해 원화강세를 유지시킬 경우 안팎의 비난 여론으로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 외환보유고도 부담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6~7월 두달간 400억달러가량의 실탄을 살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종전처럼 과감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시장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재차 쏠림현상을 재연하면서 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단기 상승, 중장기 안정=이 같은 정황상 당분간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이틀 만에 1,010원대에서 저항선인 1,020원, 1,030원이 뚫린데다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도 기대하기 어려워 당분간 상승추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리서치팀 연구원도 “이번주에는 달러화 강세 여파로 1,040원을 테스트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당분간 1,015~1,040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유가하락으로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유가 안정은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원화가치에 긍정적이고 달러 강세도 반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원화약세를 트렌드로 보기는 아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도 “유가가 앞으로 115달러를 유지해준다면 150억달러 경상수지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며 “수급상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상승 요인보다는 유가하락에 따른 환율하락 요인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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