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비해 더딘 회복국면을 보였던 지역경제가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희생자가 집중된 경기권(안산)과 사고지역인 전남권(진도)은 충격의 여파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위 서해안벨트에 포함돼 있는 지역들이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단체관광이 대거 취소되면서 관광·유적지가 많은 강원·충청·동남·제주권 역시 관광객 감소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지역경제현황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안산지역 중심의 서부 경기권이다. 이들 지역은 희생자와 유가족이 많아 소비심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지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3월 108에서 4월 106으로 2포인트 내렸다. 시민들의 마음이 얼어붙으면서 지갑까지 닫고 있는 셈이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의 경기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체와 관공서의 각종 회식이 취소되면서 식당·노래방 같은 회식 관련 업종의 매출은 사고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대형마트의 매출도 최대 30%가량 감소했고 패션의류업의 매출 역시 50% 가까이 낮아졌다. 지난해 75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안산국제거리극 축제(5월3~5일 예정)도 취소돼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이 축제에 따른 경제효과는 약 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안산 고잔동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영(가명) 사장은 "거리로 연결된 외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틀어놓지도 못해 거리 자체가 적막강산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산에서는 서비스업 외에 제조업에서도 직접적인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한 도금업체는 근로자의 3분의1가량이 피해자 유가족이어서 정상적인 공장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해 주변 업체에서 '품앗이'로 주문상품의 납기를 간신히 맞추고 있다고 안산상의는 설명했다.
사고발생지역인 진도에서도 어업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세월호에서 200톤 이상의 기름이 흘러나와 인근 양식장 및 마을 어장 839㏊가 오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주민들은 사고선박 유실물 수거와 오염방제작업 등으로 수입은 한 푼도 올리지 못하면서 출항 때마다 수십만원의 유류비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낚시 관광객도 크게 줄면서 민박과 상가 등에서도 수입이 감소하는 추세다. 전라남도의 경우 함평 나비축제 등 총 26건의 지역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돼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타 지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인천은 인천항을 이용해 서해5도 등 섬을 방문하는 이용객이 약 70~80%가량 줄었고 중국행 카페리 단체예약도 대거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중국 구간 국제여객선을 운영하는 위동항운은 15개 학교에서 4,000명이 수학여행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수학여행의 메카인 경주의 숙박·관광업계는 거의 개점휴업의 상황에 빠졌다. 불국사 숙박단지는 170여개 학교가 예약을 취소해 5만1,000명의 이용객 손실을 입었다. 관광지가 많은 강원도 역시 사정은 비슷해 63개 전세버스업체가 일손을 놓고 있고 영월에 위치한 동강시스타리조트는 4~5월 예약의 90%가 취소돼 5억2,000만원의 피해를 떠안았다. 강릉·묵호~울릉도 구간 여객선의 최근 예약 취소율도 70%를 넘겼다. 제주도 역시 4월16~23일간 수학여행자 수가 전년 대비 1만9,000명 줄어 74.8%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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