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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자주독립
입력2003-06-08 00:00:00
수정
2003.06.08 00:00:00
시ㆍ그림ㆍ글씨에 뛰어나 세종 때의 안견ㆍ최경 등과 더불어 3절(三絶)로 불리던 강희안(姜希顔)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매화(梅花)를 일컬어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므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라고 적고 있다.
이처럼 매화는 예부터 사군자인 매ㆍ난ㆍ국ㆍ죽 중에서도 가장 으뜸의 자리에 놓일 정도로 우리 선조들의 사상적 근간을 제공한 화목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영ㆍ영한사전을 살펴보다가 우리 선조들의 정신적 표상인 `매화`를 풀이한 설명을 보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즉, 한영사전에 매화의 영문 표기는 Japanese apricot tree(직역하면 `일본살구나무`)로, 매화꽃은 `ume flower`로 표기돼 있다. 특히 `ume`의 경우는 영어사전에도 없는 매실의 일본말 발음 그대로 `ume`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매화가 한ㆍ중ㆍ일에만 분포돼 있고 원산지가 중국인 점을 감안한다면 왜 한영ㆍ영한사전에 이런 표기로 등재됐는지 의아하다.
또한 매화나무의 과실인 `매실(梅實)`의 영문표기는 `plum`으로 돼 있으며 매실과 다른 `자두` 역시 `plum`으로 표기돼 있다. 엄연히 이름뿐만 아니라 모양ㆍ효능ㆍ특성이 다른 과일이 동일한 철자로 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자(柚子)`의 경우에도 한영사전에 `citron`으로 돼 있으나 영한사전에서는 `시티론, 시티론의 열매(레몬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크고 껍질이 두꺼운 담황색 열매)`라고 설명돼 있어 무척 당황스럽다.
예부터 가장 대중적으로 즐겨 먹었던 우리의 먹거리인 매실ㆍ유자 등의 영문표기가 이처럼 주체성과 자주성이 상실된 채 한국에서 간행하는 영어 관련 사전에 영어권 국가들의 표기명을 그대로 게재하거나 일본사전을 그대로 받아들였음직한 영문 표기명으로 정의되는 현실 앞에 심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존에 간행된 사전의 오류를 지적하기에 앞서 이 땅에 나고 있는 과실을 과연 세계적인 작물로서 인정받아 우리식의 독창적인 영문표기, 또 국내외의 사전에 표기되게끔 노력을 하였는가라는 점이다. 이제는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브라질의 커피, 인도 하면 홍차가 생각나듯이 지난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확정한 `김치(kimchi)`와 더불어 한국 하면 연상되는 국가적 특용작물의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매실`의 경우는 문화ㆍ사상적 상징으로서뿐만 아니라 그 효능과 맛에 있어 이미 세계적인 작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ㆍ관ㆍ학의 협력하에 매실 가공산업의 육성과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plum 서양자두`가 아닌 `maesil 매실`로 사전에 등재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웅진식품 조운호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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