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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뉴 노멀'이 우리에겐 정상일 수 없다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정상인양<br>현실 외면한 채 위기의식 실종<br>저성장으론 복지·일자리도 없어<br>고령화·통일 대비는 또 어떨지


'뉴 노멀(new normal'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 경제를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신조어다. 정확한 연원은 알 수 없으나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창업자 윌리엄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 용어를 확산시킨 것만큼은 분명하다. 핌코는 해마다 봄이면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자사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난상토론을 벌이는데 이 연례 포럼에서 등장한 개념이 뉴 노멀이다. '새로운 표준'이나 '새로운 정상'쯤 되는 이 용어는 금융위기 이후 광범위하게 진행된 빚 갚기, 즉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의 결과로 나타난 저소비형 저성장 경제 구조를 일컫는다.

그로스는 최근 뉴 노멀을 넘어 '패러노멀(paranormal)'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이대고 있다. 어떤 이론과 가설로도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무기력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부채감축이 잦아들고 제로금리도 모자라 두 차례의 양적완화로 돈의 홍수를 일으켰는데도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의 그림자조차 안 보이는 게 대표적인 이상 현상이다.

뉴 노멀이건 패러노멀이건 미국과 같은 무기력 증상은 우리나라에도 조짐이 보인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6%로 추락한 것만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경기는 급속히 식어가지만 경제를 되살릴 실탄이 고갈된 것이나 디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 리스크가 공존하는 것도 흡사하다. 빚에 쪼들린 가계와 주택대출부실은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 국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혹자는 이제는 저성장 시대를 염두에 둔 새로운 경제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뉴 노멀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새 패러다임에 걸맞은 경제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저성장 추세가 뚜렷한 마당에 성장일변도 정책이 양극화와 불균형 성장을 심화시킨다는 논리도 뒤따른다. 기실 잠재 성장률은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3%대로 추락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년 전에 비해 거의 반 토막 났으니 성장엔진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거론되는 새 전략들은 공허하거나 한가하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해소는 10년 넘도록 해결될 조짐이 없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하자는 발상은 하향 평준화를 낳을 뿐이다.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력이 높다지만 그런 곳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국부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고령화와 통일 대비는 엄두를 못 낸다. 2008년 이후 내리 4년째 위기국면이고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위중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어떠한 위기감도, 미래의 비전도 찾아볼 수 없다. 한가한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정상'인 양 목청을 높이고 있다. 경제 지키기는커녕 망치기 경쟁이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기실 뉴 노멀은 다분히 서구인의 시각에서 본 개념이다. 과잉소비와 위험투자에 의존한 고성장이 위기를 초래했으니 한 박자 쉬어 가자는 뜻도 담겨 있다. 그들에게는 과열과 탐욕, 거품 같은 것들을 빼는 것이 정상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뉴 노멀이 결코 정상일 수 없다. 우리는 서구와 다른 경로로 발전해왔다. 성장잠재력 확충은 소규모 개방국가인 우리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지상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 쇼크로 20년 뒤 잠재성장률이 1%로 선진국 최하위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먼 미래가 아니다. 저성장이 예사로운 뉴 노멀 시대가 도래한다면 복지도 일자리 문제도 풀 수 없다. 100세시대의 축복은 저주가 될 것이요, 통일은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제 막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선 게 우리다. 미래의 큰 짐이 될 고령화 재원과 통일 비용은 성장과 혁신을 통해 국부를 키우는 것 외 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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