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희망엔지니어적금'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소ㆍ중견기업 기술인력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자와 회사가 반씩 적금을 부으면 은행은 최고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게 골자였다. 더욱이 이 상품은 정부가 지난해 8월 있었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인력 관련 애로해소를 위해 도입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상품이었다. 정부 당국자가 언론사 데스크들에게 특별히 잘 써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그런데 결과물은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최근 접수를 마쳐보니 '흥행 참패'였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하나은행이 '희망엔지니어적금' 가입접수를 마친 결과 신청한 계좌 수가 200좌가 채 안 됐다.
당초 정부와 하나은행은 가입목표를 5,000명으로 잡았다. 1월7일부터 2월28일까지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았는데 목표치의 4%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 상품은 조건이 매우 매력적이다. 하나은행 측은 선착순 2,000명에게는 조건 없이 연 5.26%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나머지 3,000명에게도 기본금리 연 4.76%, 급여이체시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재형저축의 금리가 최고 연 4.6%임을 감안하면 큰 혜택이다. 근로자와 기업이 매칭형태로 돈을 적금을 넣기 때문에 5년 만기시 약 6,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경부는 적금 가입자 전원을 '차세대 희망 엔지니어'로 지정하고 적금만기시 소정의 장기재직장려금을 줄 방침이었다. 이 적금사업을 하는 기업체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사업에 지원하면 가점이 부여된다.
조건은 화려한데 모집실적은 초라하다. 우선은 홍보부족이 이유로 거론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상품승인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진데다 은행에서 홍보를 제대로 안 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소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연 4.5%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는 재형저축도 노마진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형저축 금리가 노마진인데 '희망엔지니어적금'은 상당한 역마진일 것"이라며 "굳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참여 부족도 한 원인이다. 근로자의 납입금액과 동일한 돈을 업체에서도 내야 하는데 이것이 부담이라는 얘기다. 하나은행 측은 "기업들이 절반씩 적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모집이 너무 부진하다 보니 하나은행과 지경부는 가입 기간을 25일까지 추가로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하나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면서 기간을 연장하자고 해 추가로 접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가 결국 문제가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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