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정체, 치열해지는 성장 동력 확보 경쟁, 대형 업체 간 연합과 독주까지. 최근 일단락 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에는 국내 게임 산업의 현주소가 그대로 녹아있다. 업계 1위인 넥슨이 2위인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넘보고, 엔씨소프트가 업계 3위 넷마블과 손 잡는 일련의 과정은 성장 한계에 부딪힌 게임 회사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이들 대형 업체 간 연합이 국내 게임 시장의 양극화 속도를 가파르게 만드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게임 시장 정체에 급해진 넥슨·엔씨=국내 게임 시장은 2013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9조7,198억원으로, 이는 2012년 9조7,525억원보다 0.3% 줄어든 수치다. 특히 PC 온라인 게임의 낙폭이 크다. 2013년에는 전년보다 19.6%나 줄어든 5조4,523억원이었다.
이는 온라인 게임 비중이 아직 높은 넥슨의 조급함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리니지', '아이온' 등 유명 게임 지적재산권(IP)를 다수 보유한데다 여유 현금까지 있는 엔씨를 온라인과 모바일 전략을 모두 고려했을 때 큰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엔씨도 마찬가지. 경영권 방어 측면이 컸다지만, '주식 헐값 매각' 논란도 감수하며 넷마블을 협력대상으로 택한 것은 그만큼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국내 모바일 게임사 중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게임 시장 양극화 촉매 되나=이같은 대형 업체의 연합 시장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5개 게임 상위 회사의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시장집중도는 28.3%였다. 당시 479개의 게임사 중 1%에 해당하는 5개사가 전체 매출액 7조8,900억여원 중 2조2,000억여원을 가져간 것이다.
모바일 게임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누적 매출이 3억원을 넘는 게임은 전체 1,637개 중 351개에 불과하다. 3억원 이상을 번 게임 중에서도 하위 20%의 누적 평균 매출은 3억7,000만원, 상위 20%는 평균 133억3,000만원이다. 평균 개발비용을 1~2억원에 기타 비용을 제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것이다.
이제는 모바일 게임도 TV 광고 등 마케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거 개발력만으로 성공했던 '애니팡 신화'는 아주 귀한 일이 돼가고 있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대형 업체가 연합 등으로 통해 자본력을 키우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동시에 중소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병행돼야 국내 게임 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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