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과 서울대학교. 이 둘을 빼놓으면 별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곳이 바로 서울 관악구다. 관악산이라는 든든한 배경과 강남권에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관악구를 훌륭한 주거지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1960년대 초 정부의 이주정책에 따라 도시가 급격히 형성돼 도로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탓이다. 서울대를 끼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교육 여건에서도 그다지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한다. 관악구가 세우고 있는 미래 비전은 이런 현실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열악한 기반시설을 차근차근 확충해 가고, 뛰어난 자연환경과 기본적 교육여건의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민선 4기 김효겸 구청장이 온 힘을 쏟고 있는 첫번째 사업이 도림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일이다. 관악산에서 흘러나와 구로ㆍ영등포구를 거쳐 안양천에 합류되는 도림천은 워낙 볼품없는 건천(乾川)인 데다 오랜 세월 콘크리트로 덮혀 도로와 주차장을 떠받쳐 온 처량한 신세였다. 서울대 정문 앞 완전 복개구간 527m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도림교 옆 부분복개구간 285m를 자전거도로와 휴식공간으로 꾸미는 재정비 작업이 오는 이달 말 실시계획 승인을 거쳐 2009년 7월까지 완료되면 도림천은 관악구의 청계천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전망이다. 12대째 관악구 토박이로 살아온 김 구청장은 “어릴 적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았던 도림천을 생태 하천으로 되살려내 관악구의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일에 무엇보다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서울 5개구가 치열하게 경쟁 중인 서울시의 제3영어마을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대 후문쪽 과학전시관과 관악구종합체육센터 맞은 편 1만5,000여평 부지에 영어마을을 유치하고 인근에는 국제청소년센터를 건립, 새로운 교육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사대 부속 중ㆍ고교 역시 이 곳으로 옮기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전비용 문제로 성북구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신교통수단 ‘GRT(자기안내 궤도버스)’는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연말 실시계획 인가를 마치고 내년부터 보상에 들어가 2008년 7월께 개통될 예정이다. 난향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우림시장과 난곡사거리, 2호선 신대방역까지 이어져 이 일대 교통혼잡을 덜어주게 된다. 김 구청장은 “주민 편의를 위해 신대방역에서 보라매까지 노선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거의 확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주거환경 개선의 선두에는 신림 뉴타운이 있다.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신림7동 난곡지역이 최근 주택공사의 ‘휴먼시아’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 데 이어 신림2ㆍ6ㆍ9ㆍ10동 일대 16만여평은 뉴타운에서 재정비촉진지구로 옷을 갈아입고 도림천 자연하천을 낀 주거지로 거듭난다. 구는 관내 노후주택 밀집지역 2~3곳에 대해 기초현황조사를 벌여 내년 상반기 중 광역 재개발을 위한 재정비촉진지구 추가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상업지역이 구 전체면적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한 상업기능을 양적ㆍ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봉천ㆍ신림ㆍ난곡 사거리 등 거점지역에 상업용 건물과 고층 주상복합 신축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서울대앞 고시촌의 고시타운화, 신림동 순대타운 활성화, 관악산 나무 20만그루 더 심기 등 크고 작은 사업들도 추진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