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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아줌마로의 변신 지켜봐 주세요.”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아 아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줬던 탤런트 김미숙이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김미숙은 오는 5월 9일 시작하는 SBS 아침드라마 ‘여왕의 조건’(월~토 오전 8시30분)에서 이른바 ‘대한민국 아줌마’의 전형 오영주 역을 맡았다. 39세의 영주는 결혼 10년만에 백수 남편을 중소기업 사장으로 만든 억척 아줌마. 믿었던 남편이 바람이 나 쫓겨나지만 특유의 사업수완으로 재기에 성공, 남편의 회사까지 인수하게 된다. “늘 우울한 얘기만 하는 아침드라마가 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요즘은 주부들 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아침드라마를 많이 본대요. 부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김미숙은 ‘말아톤’ 이후에도 SBS 주말극 ‘토지’의 윤씨부인역에 이어 강행군 중이다. “영화가 끝나고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고 말했지만 이내 “젊고 발랄한 역을 맡을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거 같다”며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드라마의 영주는 김미숙의 원래 나이보다 7살이나 어리다. 김미숙 하면 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게 사실.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보는 이들을 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언뜻 아줌마 역할은 맡지 않을 것 같지만 그는 “예전부터 보는 사람들마다 코미디 한번 해 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촬영 때문에 주부노래교실에 갔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모두들 목청껏 너무 즐겁게 노래부르는 걸 보고, 주부들의 행복이 뭔지 실감할 수 있었죠.” 79년 KBS 공채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26년. 세월의 힘은 속이지 못해 얼굴엔 주름이 보이지만 그녀는 “미련의 끝을 잡고 싶지 않다”는 말로 이내 유쾌해한다. “언제까지 모든 남자의 연인이 될 수 있겠어요. 이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거죠. 추억이 함께 가는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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