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표는 재고지표다. 대표적 선행지표인 재고지표의 악화는 제조업체의 기업경기실사조사(BSI)와 맞물려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휴가철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쌓이는 재고가 예상보다 낮은 수요로 늘어난다면 제조업 수출로 뒷받침된 경기상승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8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재고율 지수인 제조업 재고/출하율 비율은 98.0으로 전월에 비해 2.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생산자 재고는 7월에 이어 반도체ㆍ부품, 기계장비 등에서 증가하며 전월 대비 2.1% 증가했다. 전년 동월비로도 반도체ㆍ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19.2%나 상승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전월보다 재고가 5.4%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70.8% 재고가 늘어나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재고를 통해 경기상황을 예상하는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는 이미 지난달 둔화ㆍ하강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 수요를 대비한 전략적 비축의 성격보다는 생각보다 수요가 감소해 쌓이는 재고일 확률이 더 높다"며 "재고지표와 같은 선행지표의 악화는 동행지표들의 악화가 일시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함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휴가철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생산라인 보수ㆍ교체와 수출둔화 등으로 자동차 업종의 평균가동률이 하락하며 제조업가동률은 전월보다 3% 하락한 81.8%를 기록했다.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가동률은 84% 내외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재고증가가 바로 경기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IT와 자동차 산업 둔화를 우려하지만 빨리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동차의 경우도 완성차는 둔화되고 있지만 부품산업은 오히려 호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고가 빠르게 늘고 출하는 줄었지만 8월 통계에 휴가철이 반영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일시적 둔화를 전체 상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별 지표 중 재고와 함께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준 지표는 건설수주로 8월 중 건설 수주는 6조4,000억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40.9% 감소했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큰 폭의 감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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