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션의 중심지 상하이에 있는 빠바이빤 백화점. 중국 내에서 루이비통, 샤넬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의 격전지로 유명하다. 이 곳에 이랜드 여성복 브랜드 ‘스코필드’가 당당히 입점해 있다. 그것도 백화점 내에서 목이 가장 좋은 황금위치다. 돈을 쓰는데 있어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랜드의 ‘스코필드’는 한국 대표 명품브랜드로 당당히 성공했다. 중국인의 특성으로 흔히들 ‘만만디’를 꼽는다. 만만디란 ‘매사에 게으르다, 느리다’라고 중국인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세계에서 돈 먹기가 가장 힘든 곳이 중국이라고 고개를 절로 흔들 정도다. 계산과 잇속이 빠삭한 중국인들을 상대로 이윤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중국에서 한국 패션기업들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랜드, 제일모직. LG패션 등이 대표주자다. 이랜드를 빼놓고서는 중국에서 한국패션을 논할 수 없다. 이랜드 중국 패션 사업은 ‘경이롭다’고 할 정도로 매년 고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쓰나미가 불어닥친 지난해에도 50% 이상 성장한 3,36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1년간 이랜드가 입점한 백화점 매장도 900여개에 달한다. 올해는 패션 부문 1조원의 달성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한국판 글로벌 스파(SPAㆍ생산부터 유통까지 담당하는 패션브랜드)브랜드 ‘스파오(SPAO)’까지 론칭했다. 해외 스파브랜드 자라(ZARA), 망고(MANGO), 유니클로에 뺏긴 국내 시장에서 한국 패션대표선수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뜻에서 론칭했단다. 한국 패션의 상징인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2년이면 국내 ‘유니클로’를 꺾고 오는 2012년부터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2015년까지 해외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패션트렌드=서양’이라는 공식을 이랜드가 뒤집은 것이다. 일개 ‘메이드 인 코리아’ 자전거가 감히 50년 가까이 된 세계적인 말을 넘어뜨렸다. 자전거는 바로 빈폴, 말은 폴로의 로고이다. 이미 국내에선 빈폴은 패션업계에서 마(魔)의 매출이라고 부르는 4,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대히트를 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협찬하며 국내에 ‘프레피 룩’까지 유행시켰다. 국내에서 폴로를 꺾은 빈폴 역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빈폴은 지난 2005년 중국 상하이 최고급 백화점인 ‘푸동 팔백반 백화점’에 입점했다. 신생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캐주얼 군에서 가장 넓은 매장을 확보하며 빈폴의 저력을 과시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브랜드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기위해 고가 정책을 취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빈폴은 국내와 동일한 가격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만큼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자신있다는 뜻이다. 또한 빈폴은 중국에서 남성ㆍ여성ㆍ액세서리를 망라한 토탈매장으로 운영해 중국인의 쇼핑 편의성까지 도모했다. 한국 소비자들보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중국 소비자들을 고려해 화려하면서도 트렌디한 상품을 과감히 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빈폴은 구매 고객의 95%가 구매와 동시에 빈폴 회원으로 등록할 정도로 놀라운 충성도를 자랑한다. 푸동 팔백반 백화점에서 빈폴은 입점 두 달만에 캐주얼 군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빈폴은 중국 대도시에 위치한 프리미엄 백화점을 중심으로 21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패션은 지난 9월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HAZZYS)’ 중국 1호점을 낸 후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진출 1년도 채 안돼 헤지스는 25개의 매장을 오픈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올해 말까지 지금의 두 배가량인 46개까지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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