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용 규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삼성과 근접한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R&D 성과주의' 드라이브로 최근 LG전자의 R&D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을 추월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1ㆍ4분기 R&D 비용은 8,9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 14조1,006억원의 6.33%에 달하는 규모로 LG전자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6%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2010년 4.45%에서 2011년 4.96%, 지난해 5.64%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처럼 LG전자가 매년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최근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삼성전자 수준까지 바짝 따라붙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올해 1ㆍ4분기 벌어들인 매출 가운데 R&D에 투자한 금액의 비중은 6.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010년 6.1%, 2011년 6.2%, 2012년 5.9% 등 매년 6%대의 R&D 투자비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LG전자가 1ㆍ4분기 R&D 투자를 매출액의 6.33%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상당히 좁혀진 상황이다.
LG전자의 이 같은 R&D 투자 확대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LG그룹은 올해 초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의 R&D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1조원 늘어난 규모로 R&D 분야에만 그룹의 전체 투자금액 20조원의 30%를 쏟아붓는 셈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R&D 역량 확충 없이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R&D 성과주의'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맞춰 지난 3월 LG전자는 연구ㆍ전문위원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9년 이래 신규 임명 인원으로는 가장 많은 52명의 위원을 임명했다. 또 LG는 이에 앞서 'LG연구개발상'을 수상한 R&D 책임자 19명 전원을 승진 기용하기도 했다. 과거 수상자 일부가 발탁 승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수상팀 전원이 승진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구 회장은 3월 연구개발성과 보고회에서 "한 발 앞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R&D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는 "여러 계열사의 인재들이 역량을 모아 R&D 시너지를 내달라"며 "나를 비롯한 경영진은 연구원 여러분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LG는 앞으로도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대폭 늘려나갈 방침이다. 우선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 예정인 'LG 사이언스 파크'에 8,000억원을 추가해 최첨단 R&D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입주 계열사도 당초 6개사에서 11개사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R&D 인력도 2만명에서 3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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