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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맡게 될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이자 그룹 전반의 리더로서 회사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각각 삼성물산 지분 5.5%를 보유하게 돼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계열분리 여부다. 과거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이끌던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2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삼성과 한솔·신세계로 나누어졌듯 이번에도 오너 3남매가 각자 사업군을 이끌고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당장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직 병상에 누워 있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재편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래의 일은 속단할 수 없겠지만 당장 계열분리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 오너가 3남매는 당분간 각자의 영역에서 경영 역량을 발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리더로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와 삼성물산 경영 정상화를 두루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승계한 데 이어 삼성물산 합병까지 성사시켜 그룹의 리더 자리를 확고히 했다. 이 부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바이오 사업만큼은 그가 직접 챙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그룹 대표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이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맡고 있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경영고문 직을 유지하되 호텔신라 경영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진두지휘하면서 사업권을 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제주신라호텔을 과감히 폐쇄하고 직접 현장에 내려가 사태 수습을 직접 이끌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경영고문을 유지하면서 호텔신라의 면세점·관광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서현 사장은 패션부문 담당으로 지난해 1조9,000억원이었던 패션 매출을 오는 2020년 10조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 출신으로 10년 넘게 패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서현 사장이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과거부터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관련 사업 육성에 일정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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