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락앤락과 삼광유리가 기술표준원의 유리 안전성 실험결과를 놓고 또 한번 정면 충돌했다. 강화유리의 안전 문제를 놓고 4년간 유리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 두 업체는 기술표준원의 실험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입장 발표를 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11일 강화유리업체 삼광유리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실시한 실험에서 자사의 글라스락이 내열유리식기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내열유리식기 KS규격의 개정을 앞두고 총 6가지 항목으로 실시됐다. 삼광유리 측은 가장 중요한 내열성 확보에서 내열유리와 강화유리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실험 결과 확인됐다고 전했다. KS 기준의 열충격 강도인 120℃를 넘는 160℃에서 30분간 가열한 후 상온의 물에서 냉각시킨 이 시험에서 강화유리식기 역시 파손 제품이 없었다. 또한 파손될 때 파편이 날아서 흩어지는 비산 현상과 관련된 실험에서는 강화유리가 내열유리보다 비산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삼광유리 관계자는 “이번 기술표준원의 검증으로 강화유리식기의 품질과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강화공정으로 내열성이 확보된 강화유리도 내열유리식기에 포함시키는 KS규격 개정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락앤락도 이에 맞서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기표원 실험 결과를 불신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락앤락 측은 “기표원의 실험 일부 항목이 미비했고 실험내용의 정확성이 부족해 여전히 강화유리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이 실험결과를 토대로 KS L2424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준일 회장은 “앞서 기표원에 여러 업체로부터 재료를 수집해서 광범위한 실험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시간, 비용 등을 이유로 열간유지실험, 내구성촉진실험 등 꼭 필요한 실험이 빠지고 단순한 열 팽창계수와 비산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이경숙 이사는 “실험항목과 내용을 보강해 검증실험을 다시 해야 한다”면서 “강화유리를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시키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강화유리제 식기를 위한 새로운 규격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락앤락은 또 이 날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유리소재 식기의 소비자 안전 방안을 위한 포럼’에 세계적인 유리전문가인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포럼의 패널로 초청, 강화유리의 위험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카스퍼 박사는 “강화유리는 제조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는 불순물이 시간과 온도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유리 표면에 발생하는 흠집에 의해서도 스스로 깨어지거나 폭발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강화유리를 식기로 사용하기에는 안전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함께 참석한 오기노 미즈키 일본 소비자청 표시대책과 가정용품 품질 표시담당자도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강화유리제 유리컵이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면서 “이 사건이 있은 후 소비자 안전을 위해 강화유리와 내열유리 기구가 각각 가정용품품질표시법 대상품목이 됐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