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이 뜬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불황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아 해외시장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불확실한 외부환경은 상대적으로 맷집이 약할 수 밖에 없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를 둘로 나눠보면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된다. 즉, 위험 속에 기회가 숨어있다는 의미다. 어렵던 시기가 지난 뒤 새롭게 도약해 시장 리더가 뒤바뀐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통한 학습효과로 위기극복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방법 외에 불황 후의 호황을 대비해 미래를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점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가장 깊은 지금이 한국경제의 허리인 '강소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쟁국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시름하고 있을 때 치밀한 사전계획과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
실제 주요 강소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미래비전을 다시 세우며 경영혁신에 전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를 통해 '별 중의 별'로 부상할 것이 기대된다.
이렇게 작지만 강한 '히든챔피언'으로 거듭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우리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52주년과 중소기업정책 시행 50주년을 맞아 유럽 재정위기와 경제 불황에도 뛰어난 기술력과 식지 않는 열정을 앞세워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국경제 50년의 초석을 쌓고, 미래를 책임질 탄탄한 대한민국의 대표 강소기업들의 활약상을 짚어본다.
로만손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시계사업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각국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과 정보 수집이 용이한 지역부터 집중 공략하는 월드와이드 마케팅을 앞세우며 해외바이어와의 접촉도 늘리고 있다. 또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를 미국의 티파니를 앞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도 나타냈다.
케이씨는 최근 세계적인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울트라파인, 질화알루미늄, 초고순도 알루미나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끝내고 양산체제에 나서는 등 수출 비중을 60% 수준까지 늘려 2020년께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사무용 가구 선도기업인 코아스는 유통 구조 개선과 해외 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노재근 코아스 대표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이끄는 '선수경영'이 코아스 경영전략의 핵심"이라며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락앤락은 중국에서 상하이, 베이징 등 1선 도시를 넘어 2~3선 도시까지 영업망을 확대하고 온라인 유통, 홈쇼핑 비중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베트남을 제2의 글로벌 전략기지로 삼고 공격적인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스팀청소기, 스탠드형 스팀다리미 등의 'Only One' 제품을 선보여온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미국 2위 백화점 메이시스(Macy's)에 입점했다. 올 가을부터는 미국 내 1,750개 매장을 보유한 2위 할인점 타겟(Target)에서 스팀청소기를 판매하며 현지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강소기업도 늘고 있다. 글로벌 극세사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하면서 첨단소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웰크론그룹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 시가총액 2조원 달성' 이라는 2022년 목표를 세웠다.
동아원그룹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2015년 매출1조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핵심사업인 제분업을 중심으로 사료, 와인, 이탈리아산 고급 수입차 페라리ㆍ마세라티 국내 유통, 고품질 수입육 유통 등의 사업군을 갖췄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곡물자원 개발, 바이오산업 등의 미래산업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나섰다.
벤텍스는 미래를 대비해 스마트섬유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메디컬 섬유 개발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의류용을 넘어 산업용, 군수용, 농업용, 의료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해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구상이다.
일진그룹은 미래 조명시장을 주도할 LED조명시장을 대비해 LED관련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또 그룹 내 LED사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일진머티리얼즈에 분할한 LED사업부와 일진반도체를 합병해 LED전문 계열사인 일진LED(가칭)로 단독 법인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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