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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쿠시마 원전 문제가 원전의 안전성 강화 측면에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안전성 수칙 기준을 높이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게 된 것은 가장 큰 교훈입니다. 물론 이는 유럽연합(EU) 내에서 시행하기로 합의한 원자력발전 정밀 안전진단(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조르제트 랄리 유럽집행위원회(EC) 에너지총국 정책총괄실장은 일본 원전사태의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원전에 치명적인 것으로 나오지 않는 한 안전성을 강화하고 보완해나간다면 원전 정책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랄리 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과소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한국이나 일본을 보면 여름에 냉방이 지나치게 가동돼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코트를 걸칩니다. 또 밤에도 항상 불을 밝혀 놓는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제한 전력 공급으로 어두워진 도쿄가 드라마틱한 모습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랄리 실장은 "불 꺼진 도쿄는 그냥 유럽의 평범한 도시의 모습일 뿐"이라며 대낮처럼 밝게 살아온 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에너지 과소비를 꼬집었다. EU는 최근 온실가스를 오는 2020년까지 지난 1990년 대비 2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2020에너지절약 계획'을 발표했다. 랄리 실장은 "현재 산업구조에서 변화가 없다면 온실가스 감축은 10%에 그쳐 기후변화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앞으로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의 산업들을 녹색산업으로 변모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랄리 실장은 이어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 정책을 정부와 산업계가 상의해 자발적인 타깃을 정한 다음 업계가 지키도록 하지만 유럽은 모두 법으로 강제화시켜 당근보다는 채찍을 사용해 유도해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제대로 에너지를 활용하는지 감사를 실시하고 가정에서의 전기기구 효율성 등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EU 국가 사정에 따라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고 있지만 상당 부문 준비가 이뤄진 만큼 성과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11월에는 2050 에너지 로드맵 시나리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그리드ㆍ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EU 간 양자 협력 채널 가동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현재 양측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포럼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에너지정책 국제공조를 도모하고 있지만 양자 간 채널은 아직 없다.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이 제안한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및 원자력 안전성 제고 기술 등 에너지 전반에 대한 양측 실무진 간 업무협력에 대해 랄리 실장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환영한다"며 "EC는 이산화탄소(CO2) 절약, 에너지 효율성 확보 등을 위한 '유럽 에너지기술 전략 계획(SET-PLAN)'을 갖고 있으며 각 분야별로 한국과의 교류를 원활히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를 담당했던 랄리 실장은 "2030년이 되면 시장에 나오는 자동차 중 30%가 전기차일 것으로 예측한다"며 "한국차가 배출하는 CO2양이 유럽보다 많아 좀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업체가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업계가 인지하고 있다"며 "유럽 투자은행들도 대출과 보증 등에 있어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업체에 수혜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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