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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한켠 비밀창고에 3억 현금다발
■호화·사치생활 사업자 탈세 천태만상여성 병원장 집에선 탈루한 수입 24억 돈뭉치유흥업소는 전표 다른 업소로 발행 34억 빼돌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국세청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금 탈루 혐의를 잡고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를 뒤졌더니 별도로 관리하는 비밀창고에 3억원의 돈뭉치가 나왔다. 세무 당국의 금융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받은 수술비를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별도로 임대한 비밀창고에 은닉하고 있었던 것. 이 병원은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외국인과 신분노출을 우려해 카드결제를 꺼리는 내국인의 수술비를 현금으로 받아 신고 누락하는 수법으로 수입금액 114억원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탈루소득에 대해 소득세 등 69억원을 추징하고 병원장을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조치했다.
국세청 직원들이 이번에는 아연실색했다. 세금 탈루 의심이 가는 서울 강남의 여성 병원장 집을 수색했더니 탈루한 수입금액 중 일부인 24억원의 현금다발이 나온 것. 당초 병원장은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현관문도 열어주지 않았지만 국세청은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까지 발부 받아 범죄현장을 찾아냈다. 탈세현장을 본 국세청 직원은 "방 하나가 5만원과 1만원권으로 거대한 산(山)을 이루고 있었다"며 "세금을 빼돌려 개인재산을 치부하려는 인간의 욕심에 쓴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파렴치한 고소득 세금 탈루자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당장 세금 탈루 혐의가 큰 사치성 업소 30곳과 호화ㆍ사치 생활 사업자 1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고액 소득자들이 저지르는 탈루 행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소득계층 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조세정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조사 대상은 ▦1,000만원이 넘는 고가 피부관리 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입금액을 신고 누락한 고급 피부과 및 피부 관리숍 ▦VIP미용상품권을 현금으로만 판매하고 소득금액을 축소 신고한 고급 미용실 ▦수천만원의 시계와 가구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신고 누락한 수입업체 ▦고가 유아용품을 판매하면서 가공비용 계상 등을 통해 소득 탈루한 유아용품 수입업체 ▦부유층을 상대로 수백만원대의 술값을 현금으로 받아 신고 누락한 혐의가 있는 유흥업소 등이다.
김형환 국세청 조사2과장은 "지난해의 경우 고소득 자영업자 596명을 세무 조사해 3,632억원을 추징했다"면서 "특히 고급미용실과 피부관리숍ㆍ성형외과ㆍ룸살롱 등 사치성 업소의 경우에는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50곳에 대해 탈루세금 1,002억원을 추징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은 병원장이 자신의 소득을 고용의사의 소득으로 분산 신고해 37억원의 소득을 탈루한 성형의원을 적발해 31억원을 추징했다. 또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타업소 명의로 변칙 발행하는 수법으로 34억원을 빼돌린 유흥업소를 적발해 관련세금 27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본인은 물론 관련기업의 탈세행위, 기업자금 유용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하기로 했으며 금융거래 추적,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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