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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서바이벌 게임

孫光植(언론인)컴퓨터 한 대만을 달랑 들고 독방에 갇혀 일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르모토가 되기를 자원했던 사람들이 모두 성공하여 「컴퓨터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그야 당연한 결과다.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단순한 일상생활에 실패할 리는 없다. 통신 정보수단의 발달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로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진짜 서바이벌 게임이 되려면 정말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 아래서도 정보 시스템이 삶을 보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전쟁 홍수 대지진 같은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의 적응력이다. 여기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고 핸드폰 소리는 장소불문하고 요란한 수발신음을 울린다. 정보 통신 분야에서 선진국이 되었다는 평가는 맞는 말일 듯도 싶다. 그런데 이건 하드웨어에서다. 소프트웨어는 한참 멀었다. 입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입력이 약한 것은 창의력과 상상력이 약했던 탓이다. 하라는 것보다 하지 말라는 금기문화가 지배해 온 데 이유가 있다. 법제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교육도 그랬다. 기성의 틀을 건드리는 것은 반역의 죄까지는 몰라도 반사회적 생각과 행동으로 재단된다. 혁신 혁명 세상바꾸기라는 말들이 뒤덮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겉의 물결이다. 안의 물결은 완강하다. 혁신하고 혁명하고 세상바꾸려면 국가 사회의 유전자를 바꿔야 하는데 이것을 이끌어야 하는 여러 지배세력은 불손한 실험으로 간주한다. 「걸면 걸리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은 매일매일의 사건과 사태에서 일어난다.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이 오늘같을 터이다. 대담한 비평가들은 틀이 깨진다는 말을 한다. 크게는 세계와 국가체제에서 작게는 가정에까지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생리적인 삶과 죽음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붕괴이다. 아마도 이런 국면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이라면 한국이 아닐까 싶다. 정치 경제 사회 모두가 낡아 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죽이기 게임」에들 골몰하고 있다.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한 거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다. 아무래도 「너는 죽어주고 나는 살자」인 것 같다. 고품질의 생존 소프트는 간 곳 없고 죽이는 게임에만 열을 올리는 신드롬이 풍미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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