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상하한가 도달 비율 폭이 넓어지면서 수익 기회가 커졌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높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할 경우 도입 초기에는 투자 기회를 노리는 공격보다 변화에 적응이 될 때까지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용 반대매매 주가 하락 폭 키울 수도=신용거래융자 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이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담보유지 비율에 따른 증권사들의 반대매매로 주가 하락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란 일부는 투자자의 자금으로,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최소 담보유지 비율인 140%에 미달하게 되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의 반대매매로 원금을 회수해왔다. 김영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종목 신용도에 따라 담보유지 비율을 140~170%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비율이 확대되면 신용 잔액이 높은 종목의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 하락 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 신용융자 잔액 비중이 가장 높은 코스닥 상장사는 이글벳으로 상장 주식 수 대비 신용융자 잔액 수량이 10.54%를 차지하고 있다. 씨큐브(10.32%)와 산성앨엔에스(016100)(10.10%)가 뒤를 이었고 크린앤사이언스·스맥·다날·엠케이전자(033160)·리노스 등도 9%대로 집계됐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신용 잔액 감소와 연결되면 일부 종목군에서 수급 이탈 가능성이 있다"며 "도입 초기에는 신용 잔액 증가와 함께 동반 급등한 종목군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도 늘어날 듯=공매도란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주식 매도 주문을 낸 뒤 결제일에 다시 주식을 사 되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매도일보다 하락해야 수익을 내는 특성상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주가 하락에 따른 기대 이익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공매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게만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어 개인투자자의 경우 공매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매도 관련 투자자 보호법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상장사는 삼성중공업(010140)으로 연간 누적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액의 비중이 16.28%에 달했다. 하이트진로(000080)(16.16%)와 한화생명(088350)(15.01%), 호텔신라(008770)(13.88%), 대우건설(13.33%) 등도 공매도 비중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CJ프레시웨이(051500)의 공매도 비중이 12.63%로 가장 컸고 인터파크(9.83%), 태광(9.71%), 매일유업(8.85%)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의 표적은 특별한 호재나 실적 개선 없이 주가 상승률이 컸던 종목이 된다"며 관련 종목 투자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품절주·테마주도 경계 대상=유통량이 적은 품절주와 무분별한 이슈로 급등한 테마주도 경계 대상이다. 특히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품절주들은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주가 변동 폭이 커져 작전 세력의 공략 대상이 되기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품절주로 꼽히는 국일제지(078130)는 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양지사(030960)도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다 가격제한폭 시행을 앞두고 12일 하한가로 떨어졌다. 가희와 세기상사·신라섬유(001000) 등도 가격제한폭 확대를 앞두고 급등락을 거듭했다.
테마주도 주의해야 한다.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직전 거래일인 12일까지도 증시에서는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되는 모헨즈와 토탈소프트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종목별 변동성 확대와 일부 투자자들에 의한 가격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적 이슈에 의한 테마주 등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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