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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오너 사재출연 없인 지원 못받아"

당국·채권단 현대그룹 고강도 압박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경영난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에 대해 오너의 사재출연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압박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에 사재 3,000억원을 투입한 것처럼 오너가 사재출연에 나서야 채권단도 자금지원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내년 1조원 넘는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18일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사재를 출연하거나 경영권을 포기했다"며 "회사 재산을 파는 자구안도 중요하지만 오너가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야 채권단에 회사를 살리고 싶다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을 살리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실시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개인 돈을 털어 3,000억원 한도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후 사재 3,300억원을 출연했다가 2,500억원의 손실을 감수했으며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 이상을 지원 받는 대신 강덕수 전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고 사퇴했다.

채권단은 오너의 사재출연은커녕 알짜 계열사(현대증권) 주식까지 챙겨 현대상선이 사실상 껍데기로 남기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현대증권 주식(19.8%)을 담보로 특수목적회사(SPC)와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3,900억원을 빌렸다. 현대상선이 부도나면 채권자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는 대신 SPC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갚는 조건이다. 이 경우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주식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로 넘어간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는 현정은 회장이 이미 현대상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현대증권 주식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채출연의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면서 요구하는 것은 현대상선이 더 나빠지기 전에 매각하기 위한 압박카드 같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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