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완전고용」의 허상(사설)
입력1996-11-23 00:00:00
수정
1996.11.23 00:00:00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든지 한참됐는데도 실업률은 낮아지고 있다.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대기업 중소기업의 해외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문닫는 기업이 늘어나는데도, 민간기업 공기업 할것없이 감량경영바람에 휩싸여 있고 취업문이 좁아 아우성인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상한 실업률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3·4분기 실업률은 1·8%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올해 2·4분기의 1·9%보다 0·1%포인트가 낮아졌다. 완전고용상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지난 93년 2·8%, 94년 2·4%, 95년 2·0%로 해마다 낮아져 올해들어 1·8%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경제가 잘돌아 경기가 활성화되었고 성장률이 높아졌어야 하는데 실제로 경기는 나빠져 위기국면으로까지 치닫고 있으며 성장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률은 경기와 반비례하여 나타나는게 상식인데 웬일인지 경기와 상관없이 독불장군처럼 따로 가고 있다. 실업률이 통상 경기보다 9∼10개월 후행하는 것으로 설명되지만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한지가 언제인데 제자리걸음도 아니고 오히려 줄어들었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여기에는 분명 고용통계 조사 작성에 허점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표본가구수가 적은 것부터 문제다. 우리나라 고용통계 표본가구수는 3만4천가구, 전체 가구수의 0·3%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 주요지표로서 고용실태를 반영하기에는 너무 적은 표본이어서 통계의 신뢰가 떨어진다.
1주일 이상 단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 취업자로 잡히고, 6개월 동안 구직노력을 하다가 지쳐 최근 1주일 동안 구직노력을 하지 않았으면 실업률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특히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부모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으면 취업자로 간주된다. 여성이 취직을 하고 싶어도 말하기 어려워 가사나 돕겠다고 하면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매우 안이한 숫자놀음에 불과한 통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외국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방법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경제사정이 우리보다 좋으면서도 실업률은 우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표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통계수치를 가지고 완전고용이니, 선진국보다 나은 고용상태니 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자랑하는 것은 허세에 불과하. 이는 허세로 끝나지 않고 정책의 왜곡을 불러올 위험이 높다.
그런 실업률마저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안하다. 낮아지던 실업률이 내년엔 높아질 것이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핫토픽
![](https://img.sedaily.com/Html/common/footer_logo.png)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