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야말로 국민 개개인, 산업, 정부 등 대한민국 모든 요소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무기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소프트웨어 융합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초중고 교과에도 해당 교육과정을 넣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거의 없는데 오는 2017년까지 이를 50개까지 확대할 수 있게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적극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박수용(52·사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가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모든 분야에 밀착돼 경제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산업 그 자체 육성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산업·사회 분야에 접목·융합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것.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09년 8월 정보통신연구진흥원·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통합돼 출범한 기관이다. 정보통신산업에 관한 정책을 연구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마케팅·해외진출 지원 등을 추진한다.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장으로 있던 박 원장은 2012년 9월 교정을 벗어나 현장으로 부임했다.
인터뷰에서 박 원장은 우선 "구글·페이스북 등 최근 대두한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동안 ICT 산업 활성화와 이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융합을 통한 새 패러다임 제시에 관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ICT가 융합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해 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별 산업영역으로 보고 키웠다면 이제는 융합을 통해 모든 산업의 추진동력이 되는 요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ICT를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아직 소프트웨어 파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적용하는 데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조만간 국내 모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박 원장은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이 수년 안에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 분명한데 아직도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더욱이 작은 산업분야에서 힘을 내고 있는 강소기업의 경우 지금부터 소프트웨어 부문을 사업에 결합하지 않으면 5년 안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기관부터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ICT 융합 속도를 강조하는 곳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도일 뿐이다. 대다수 부처가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ICT를 과감하게 도입하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개별 부처만의 힘으로는 융합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이 직접 나서 'ICT 산업 융합위원회'와 같은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 외의 부처가 먼저 IC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도입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건의·추천해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미래부가 각 부처들을 찾아다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일선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부처가 먼저 나서 ICT 적용거리를 찾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중심을 잡고 융합을 주도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컨트롤타워 외에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한 제도개혁을 뒷받침하겠다고 역설했다. 소프트웨어 수·발주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키 포인트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부 발주에서부터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대가가 다른 나라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된다"며 "보이지 않는 가치도 바르게 평가하고 발주할 때부터 그저 '알아서 해달라'는 식이 아닌, 구체적인 사항을 제시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는 데도 큰 관심을 내비쳤다. 코딩 등 컴퓨터언어를 일찌감치 가르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고와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
한 예로 영국은 초중고 필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었던 ICT 과목을 '컴퓨팅'으로 변경하고 단순 컴퓨터활용교육에서 책임 있는 기술 사용, 논리적 사고력 증진, 소프트웨어 제작능력 배양 강화 등으로 교과내용을 개편, 올 9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또 미국도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민간기업과 단체 중심으로 '아워 오브 코드(the Hour of Code)'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수업은 최근 교육현장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과도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질 것이기 때문에 관련 교육은 너무나도 중요하다"며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컴퓨터과학을 정규과정에 넣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데 반해 교육경쟁력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며 "창조경제의 한 축이 창조적 인재 양성인데 과거와 달리 교육이 이제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의 일환으로 현재 130개 학교, 3,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시범추진하고 있는 방과 후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도 앞으로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진흥원은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어린이용 프로그래밍언어 '스크래치'로 관련 교육을 펼치고 있다. 또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조기교육도 대상지역을 더 넓혀 추진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충분히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이 취약계층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에는 코딩 실력만 좋으면 취업 기회가 매우 넓어지고 창업까지도 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수차례 열변을 토했다.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야만 기업 수익이 늘고 좋은 인재가 몰리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생산액 31조5,000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은 7.6%에 그쳤고 세계 200대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박 원장은 현재 미래부와 소프트웨어 글로벌화 마스터플랜을 논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진흥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육성에 대한 원스톱 체제가 갖춰지는 셈이다. 마스터플랜에는 △소프트웨어 산업 체질 글로벌 표준화 △해외 거점 구축 등 마케팅 전략 수립 △글로벌 진출 기업 대상 금융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박 원장은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세계적인 전문기업 50개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국에서 성공한 산업 가운데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게 없다"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적어도 100억달러 정도의 수출량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부터 구매·발주 등까지 대부분의 프로세스가 글로벌 표준과는 거리가 멀어 관련 법·제도를 고치고 기업에도 이 같은 글로벌 표준을 따르길 권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 금융지원과 관련해서는 한국수출입은행과 논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He is … △1962년 △1981년 한성고등학교 졸업 △1986년 서강대 전자계산학과 △1988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컴퓨터학 석사 △1995년 미국 조지메이슨대 정보기술학 박사 △1998년 서강대 공학부 컴퓨터공학과 조교수 △2002년 서강대 공학부 컴퓨터공학과 부교수 △2007년 서강대 공학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0년 소프트웨어공학 소사이어티 회장 △2010년 국방SW산학연협회 총무이사 △201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2011년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원장 △2012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
독자 OS 개발보다 국제 '공개 SW' 도입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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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윤경환·박민주 기자 @sed.co.kr /대담=이종배 사진=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