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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서방, 일본 열도 집는다

엔저로 투자 수익 높아져 도쿄 등 고급맨션 사냥

해외 부동산 구입 열풍 日로

중화권 매입규모 70% 껑충… 中 관광객·소비도 크게 늘어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열풍이 미국·호주·유럽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열도로 향하고 있다. 엔저 효과로 부동산 투자수익이 높은데다 중국인들의 일본 방문조건도 완화되며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의 고급맨션 사냥에 나설 태세다.

3일 블룸버그는 대만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인 신이부동산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3월 중국과 대만 투자자들의 일본 부동산 매입규모가 111억엔(약 1,0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인의 투자가 늘며 일본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도쿄 아파트 가격은 지난 2년간 11%나 올라 지난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인들이 백화점 쇼핑하듯이 부동산 시장 투어를 다닌다고 전했다. 도쿄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이케부쿠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한 중개업자는 최근 6개월 동안 부동산 거래량이 전년보다 3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에게 엔화약세로 쇼핑천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이제는 미국·호주·유럽에 이어 부동산 투자지역으로도 떠오른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도쿄의 경우 신주쿠·롯폰기·아카사카 등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지역이나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로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도요스의 고급 맨션에 대한 중국인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중국인의 해외현금 반출이 제한돼 초기 중국인의 일본 부동산 투자는 대만·싱가포르·홍콩의 화교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대륙 중국인들도 홍콩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직접 아파트나 맨션을 구매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일본 부동산은 100만~200만위안(약 1억8,000만~3억6,000만원) 규모의 아파트나 맨션이다. 도쿄의 부동산 업체인 TM센추리는 상하이의 한 여성 회사원(43)이 하루 동안 신주쿠와 이케부쿠로의 매물 10건 정도를 둘러본 후 바로 현금 2,600만엔(약 2억3,600만원)을 내고 중고 맨션을 샀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일본 부동산 매입의 가장 큰 이유는 22년 만에 최대로 하락한 엔화가치다. 위안화 대비 엔화는 최근 2년 동안 41%나 하락했다. 그만큼 부동산 투자에 따른 수익이 높아진 셈이다. 다니야마 도모히코 노무라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도쿄 부동산은 저렴한 편인데도 수익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 가능한 부동산 수가 한정된 싱가포르나 홍콩과 달리 투자기회도 많고 건물상태도 양호해 도쿄가 최적의 투자처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의 일본 방문과 소비도 크게 늘었다. 일본 관광국에 따르면 1~5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171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5.7% 증가했다. 중국인은 그동안 일본 방문 1, 2위를 차지하던 대만과 한국을 가볍게 제치고 이미 1위에 올랐다. 통 큰 씀씀이도 보여주고 있다. 1~6월 일본 내 은련카드(유니언페이) 결제액은 3,600억엔(약 3조2,8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3배에 달했고 지난해 1년간의 총 결제액(2,800억엔)을 이미 넘어섰다.

한편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한 외국인 중 중국인이 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자녀 영어교육 목적으로 미국 외에 호주 시드니,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ㆍ토론토ㆍ오클랜드 등에서도 중국인들이 최대 외국인 투자자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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