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에서 글로벌 명차와 당당히 경쟁하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신형 제네시스 출시 행사장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앞으로 펼쳐갈 프리미엄 전략 역시 이 한마디로 함축된다”고 보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 등 핵심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유럽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5~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유럽시장의 전체 신차 규모가 지난해보다 2.9% 증가한 1,414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시장 역시 현대차의 주요 타깃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여왔다. 지난 2008년 처음 선보인 1세대 제네시스는 출시 6개월 만에 6,000대가 넘게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유럽에 비해 미국은 오로지 자동차 자체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시장이 살아나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차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의 이들 양대시장 공략의 중심에는 ‘신형 제네시스’가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기존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이었던 ‘플루이딕 스컬프처 Fluidic Sculpture’를 보다 정제되고 품격 있는 디자인으로 한단계 발전시킨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최초로 적용했다. 외장 디자인은 프리미엄 헥사고날 그릴이 돋보이는 전면부와 역동적인 느낌을 잘 살린 측면부, 하이테크함과 입체감이 조화된 후면부 등 전체적으로 세련되면서도 다이내믹한 프리미엄 대형 세단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실내 디자인 또한 유려한 라인과 한층 넓어 보이는 수평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정제된 고품격 이미지와 컬러·소재의 고급화를 통한 감성품질 향상 요소를 더했다. 특히 초고장력 강판의 적용 비율을 51.5%까지 늘리고 차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부위를 123m로 확대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도 확보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의 해외 시장 판매를 오는 상반기 중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의 경우 신형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가 향후 이 시장의 전략을 결정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인 지난 3월 다시 유럽을 방문했다. 이는 정 회장이 선택한 올해 첫 해외 출장지다. 정 회장은 현대차 체코공장, 현대차 러시아공장,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유럽기술연구소 및 디자인센터, 유럽판 매법인 등 유럽의 생산·판매·R&D 거점을 차례로 방문하며 유럽시장 공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유럽 출시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의 열쇠”라며 “유럽 시장에서 선전한 차종의 전략을 재점검하고 신규 차종은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미국 자동차 전문조사기관인 워즈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의 미국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점유율은 8% 수준이다. 최근 르노닛산이 북미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현대차의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격을 따돌리고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형 제네시스의 성공이 필수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부사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독일 명차와 견줄만한 성능을 가진 프리미엄 모델로 미국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올해에만 국내 3만2,000대, 해외 3만 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6만2,000대의 ‘신형 제네시스’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기아차는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와 비교되는 K9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차 ‘K시리즈’의 맏형 격인 K9은 미국시장에서 K900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상반기 중 판매가 시작된다. 지난해 ‘2013 LA 오토쇼’에서 미국시장에 첫선을 보인 K9은 자동차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K9은 기아차가 세계의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검증된 디자인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집약해 만들어낸 대형 럭셔리 후륜 구동 세단이다. 특히 내부 인테리어 소재의 고급화 등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이미 지난해 4월 출시된 K7(현지명 카덴자)가 월 평균 980여 대가량 판매되며 K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K9 역시 K7의 기세를 이어갈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아차는 K9을 동급 차종인 BMW 7시리즈나 렉서스 LS 등에 비해 약 2만 달러 이상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반면 K9의 현지 수출용에는 에쿠스 고급형에만 적용해온 5.0리터 V8 타우엔진을 탑재한 라인업을 추가해 성능을 한층 강화했다. 이 같은 기아차의 전략은 미국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주요 언론은 “K9은 2만 달러나 저렴한 가격에 BMW 7시리즈나 렉서스 LS를 대체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세단”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스프라그 기아차 미국법인(KMA) 부사장은 “K900은 기아차가 지난 20년 동안 미국시장에서 보여준 도전과 성공의 역사를 대변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는 상징적인 모델”이라며 “미국시장에서 만족스런 성과를 보여준 카덴자, 옵티마, 쏘렌토 등에 비춰볼 때 K900의 성공 역시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