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코 전체에는 낚싯줄을 이용한 3개의 장력 케이블이 코와 평행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코가 부드러운 상태에서 움직일 때 이 케이블을 당기거나 늘려서 방향을 잡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케이블을 감거나 풀 수 있는 모터 구동식 릴을 통해 코의 각도를 제어하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죠.
이렇게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형태로 코를 배치시킨 다음 진공장치로 공기를 제거하면 특정 물건을 붙잡을 수 있어요. 앞서 말한 각 장치들 덕분에 저희 코는 3대만 모터만 가지고도 마음대로 구부러져 어떤 복잡한 모양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은 이 정도의 자유도를 부여하려면 각 관절마다 모터를 3개씩 달았을 거예요.
저희는 최상의 자유도 발휘를 위해 커피가루의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였죠. 무려 20종류나 테스트해봤다니까요. 실험을 해보니 거칠게 갈린 커피는 잼(jam)을 유발하고, 크기가 들쭉 날쭉하면 가루끼리의 마찰 때문에 코가 잘 움직이지 않는데다 작은 입자가 큰 입자사이를 메우면서 자유도가 크게 제한됐어요.
아무튼 현재 이 코는 물체를 쥘 수 있고 자신보다 두 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도 있어요. 높은 자유도와 저렴한 제작단가로 인해 수색, 구조 등의 임무에서 다른 고가의 로봇들이 수행하기 힘든 작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겁니다. 휴머노이드나 산업용 로봇에 적용해도 좋겠죠. 기존 로봇들은 각 부분이 단단해 사람의 신체가 끼이면 부상을 당할 수 있지만 저희 코끼리 코라면 그럴 염려가 전혀 없으니까요.
- MI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나디아 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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