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이곳의 학생 인턴이었던 오훈, 최지수, 로브 갓쇼는 탁구대 개량 임무를 맡았다. 그들은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올 법한 탁구대를 만들고자 했다. 일부는 탁구대고 일부는 기계며, 탁구를 치기가 너무 어려워 프로선수라도 아마추어 수준의 실력밖에 발휘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었다.
세 명이 탁구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탁구라는 스포츠가 여러 문화권에서 즐기는 게임인데다 비교적 배우기 쉽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는 승부가 아닌 사회성. 그래서 세 사람은 탁구 초보자들도 일방적 패배를 당하지 않을 방법을 창안했다. 탁구대가 불규칙적으로 좌우로 흔들리도록 설계, 능숙한 탁구선수조차 상대방을 이기기 어렵게 핸디캡을 준 것.
세 명은 필요한 부속의 확보를 위해 신 랩의 부품창고를 터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댄스 플로어 바닥재로 쓰였던 사각형의 투명 플렉시 글라스를 탁구대 위판으로 이용했다. 갓쇼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공압식 피스톤을 찾아내 탁구대를 자유자재로 기울이는데 사용했고, 최지수는 나머지 구동장치와 전체적인 설계를 책임졌다.
오훈의 경우 탁구대의 기울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갓쇼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기울기의 각도를 정하는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게임의 흥미성을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높여줄 최적의 각도를 찾아야했죠. 게임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탁구대가 선수의 턱을 가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에요."
이들은 탁구대의 프레임과 다리도 직접 제작했다. 초기 모델은 5×10㎝의 각목을 사용했지만 중량의 과도한 상승을 초래,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때문에 고철더미에서 발굴(?)한 ㄱ자형 경량 스틸로 다리 부분을 교체했다.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를 하던 중 공압 실린더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떼어내 분해해보니 내부가 설탕 범벅이었다.
과거 과일주스 발사장치의 부품이었던 탓에 주스의 잔여물이 굳어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세 사람은 또 다른 실린더를 찾아내 교체를 했고 상대선수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교란하는 전구를 장착하는 등 몇 가지 핸디캡을 추가해 '스윙 퐁(Swing Pong)'을 완성했다.
이 탁구대 앞에서는 실력이 뛰어나건 아니건 누구나 평등해진다. 방송인이자 프로급 탁구플레이어인 아담 보브로우도 일반인을 1점차로 간신히 이겼을 정도다.
오훈은 개발팀 중에서 자신의 탁구 실력이 가장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갓쇼는 승부는 나중의 문제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핸디캡을 가할 수 있는 스윙 퐁 위에서라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거든요."
107만2,830명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남북 단일팀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코리아'의 개봉 후 10일간 누적 관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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