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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만 10명 넘어"…가방 속 시신으로 발견된 ‘유명 회계사’의 두 얼굴 [오늘의 그날]
사회 사회일반 2025.11.04 06:15:00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1990년 11월 4일 오전 11시께 서울 반포대교 남단 150m 지점. 한 낚시꾼이 한강 위를 떠내려가던 여행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가로 1m, 세로 70㎝ 크기의 그 가방을 열어본 순간,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안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웅크린 채 숨져 있었다. 비닐봉지가 씌워진 얼굴은 피멍이 들어 있었고, 뒷머리는 둔기에 맞은 듯 찢어져 있었다. 피해자의 신원은 곧 밝혀졌다. 세무 상담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공인회계사 임길수씨(당시 50세).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35년이 지난 현재까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 양복 차림의 시신…정체는 유명 공인회계사=임씨는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출연해 세무 상담을 진행하던 유명 회계사였다. 국회의원 선거에 3번이나 출마하며 명성과 재력을 겸비해 온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1990년 10월 28일 아내에게 “친구를 만나겠다”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집을 나선 뒤 사라졌다. 다음 날 그가 출연하기로 한 방송 녹화에도 나타나지 않자 제작진은 아내에게 연락을 취했다. 결국 아내는 서초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고, 6일 뒤 그는 한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뇌출혈. 쇠뭉치나 각목으로 머리를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양복 차림에 맨발이었고, 반항 흔적이 없던 점으로 미뤄 경찰은 면식범의 계획적 범행이라 판단했다. ◇ 충격적인 두 얼굴의 삶…내연녀만 10명 넘어=탐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임씨의 사생활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서울대 출신 교사 아내와 2남 2녀를 둔 평범한 집안의 가장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여성 김씨와 동거하며 1남 3녀를 두고 있었다. 이 외에도 최소 10명 이상의 여성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부부 사이가 악화했고, 급기야 아내는 국세청에 임씨의 탈세 사실까지 고발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공인회계사로 10여개의 대기업과 거래하고 자문하며 돈을 끌어모았으나, 잇따른 총선 낙마와 여자들을 만나며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혼과 탈세 고발, 연이은 선거 낙마로 명예와 재산을 잃어가던 그는 죽기 전 약 1억5000만원 남짓한 재산만 남은 상태였다. ◇ 수많은 용의자들…단서는 여전히 오리무중=경찰은 임 씨의 운전기사와 비서부터 조사했다. 운전기사는 “경제적 도움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고, 비서 역시 범행 시점에 대한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업무상 원한, 내연관계, 치정살인 가능성까지 모두 조사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그의 차량이 발견됐을 때도 실마리는 없었다. 트렁크 안에서 모래와 흙, 머리카락이 발견됐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 “돈, 사랑, 분노”…끝없이 등장한 내연녀들=1991년 봄, 경찰은 임씨에게 세무 상담을 받았던 구씨와 그의 7살 연하 내연남을 새로운 용의자로 지목했다. 두 사람은 간통죄로 구속된 상태였는데, 경찰이 구씨의 소지품을 검사하다 임씨가 생전 써준 영수증을 발견한 것이다. 구씨는 1989년 초 세금 상담을 하다 임씨와 알게 된 후 가깝게 지내왔다. 구씨는 임씨에게 업무 대가로 500만원을 건넸으나 일이 처리되지 않자 갈등을 빚었다. 경찰은 구씨가 부유한 전 남편들로부터 거액의 위자료를 받아내고 평소 재물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내연남이 사건 당시 얼굴에 상처를 입었던 점, 그리고 임씨와 같은 기종의 차량을 몰았다는 주변인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같은 해 6월, 임씨의 또 다른 내연녀인 사업가 이씨가 다시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씨는 폭력배를 고용해 청부폭력을 의뢰한 전력이 있었고,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임씨에게 7000만원을 뜯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결정적 단서 없이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 35년째 미제…범인은 여전히 어딘가에=서초경찰서 수사팀은 사건 초기부터 수차례 용의자를 특정했지만, 매번 증거 부족으로 수사는 중단됐다.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유명 공인 회계사 피살 사건’은 여전히 한국 대표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
"33년 전 이혼했는데 갑자기 전남편 빚 독촉장이?"…60대 여성 떨고 있는 이유
사회 사회일반 2025.11.04 06:15:00이혼한 지 33년이 지난 전남편 명의 채무 독촉장을 받은 60대 여성이 불안을 호소했다. 전남편은 이혼 후에도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다 6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은 60대 여성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A씨는 40년 전 결혼했지만 남편의 음주와 도박으로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남편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A씨가 벌어온 수입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세 자녀를 둔 A씨는 결혼 생활 유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33년 전 이혼을 결심한 A씨는 아파트 전세금과 저축액 전부를 남편에게 주는 대신 자녀 양육권을 확보했다. 남편이 자녀들에게 연락하지 않는 조건으로 양육비도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A씨는 친정의 지원을 받으며 쉬는 날 없이 일해 세 자녀를 홀로 키웠다. 약 20년 전 전 시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의 도박 빚으로 집을 잃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소액이나마 지원했고 이후 몇 차례 더 도움을 제공했다. 시어머니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자 관계가 정리됐다고 생각했던 A씨는 최근 세 자녀 앞으로 전남편의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소장을 받았다. 전남편은 6년 전 사망했으며 채무를 남겼다. 6년간 이자가 누적돼 현재 변제 요구 금액은 약 500만원이다. 더 큰 문제는 전남편이 생전 지인에게 빌려준 자동차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차량 명의가 전남편으로 등록돼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가 사망했다. A씨는 500만원 정도는 무리하면 갚을 수 있지만 자동차 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가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손수호 변호사는 자녀들의 상속 포기가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 사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그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사망 사실을 늦게 알았다는 점을 법원에 소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귀 먹먹하고 눈 핏줄 터졌다”…추미애, 법사위 고성 국감 후 병원행
정치 정치일반 2025.11.03 22:49:23국정감사 내내 고성과 막말에 시달렸던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하남갑)이 국감 종료 직후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추 위원장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감 기간 도중 안구 실핏줄이 터져 아직 벌겋게 충혈되어 있다”며 충혈된 눈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이어 “법사위 왼쪽 줄의 고성과 고함 지르기에 몇 주간 노출된 귀까지 먹먹해지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며 “국감 마치자 안과와 이비인후과를 연속으로 다녀와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6선 동안 국정감사를 22번째 했지만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재명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법사위는 시작부터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국감 종료일까지 여야 간 고성과 항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오가며 막을 내렸다. 국감 초반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 의원 간 신경전이 이어졌고, 회의 도중 고성이 오가며 몇 차례 정회되는 등 혼란이 지속됐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질의 순서 문제를 제기하며 위원장석 앞으로 이동해 항의하기도 했다. 추 위원장이 언급한 ‘왼쪽 줄’은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인 곽규택·나경원·박준태·송석준·신동욱·조배숙·주진우 의원의 좌석을 지칭한다. 반면 추 위원장 기준 오른쪽 줄에는 김용민·김기표·박균택·박지원·서영교·이성윤·장경태·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범여권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자리했다. 법사위의 오른쪽 줄 의원들도 마이크가 필요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큰 편이지만, 추 위원장에게 가까이 가서 고성을 지르진 않았기 때문에 추 위원장이 왼쪽 줄만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
"결혼 예정 커플 더 있어"…'나는 절로' 1호 부부 탄생에 축의금 쏜 주지스님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5.11.03 22:36:05대한불교조계종의 미혼남녀 소개팅 주선 프로그램 ‘나는 절로’ 출신의 1호 결혼 커플이 탄생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3일 ‘나는 절로’를 통해 인연을 맺은 1호 부부가 결혼식을 앞두고 지난 1일 백양사를 다시 찾아 주지 무공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청첩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혼인신고를 마친 두 사람은 오는 11월 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나는 절로’는 절에서 남녀 인연을 이어주는 불교 버전의 소개 프로그램으로 전남 장성 백양사 편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커플은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지 꼭 1년 만에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주인공은 ‘나는 절로, 백양사’ 참가자였던 손길동(가명) 씨와 임길순(가명) 씨다. 두 사람은 만난 지 1주년이 되는 지난 1일 백양사를 다시 찾아 무공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무공스님은 “복지재단을 통해 두 커플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1년 만에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에서 결혼은 화혼이라 하며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마음을 살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덕담을 전했다. 스님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백양사로 오면 크게 격려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또 무공스님은 두 사람에게 금일봉과 함께 백양사에서 자란 보리수로 만든 염주를 선물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스님은 “큰스님의 격려 덕분에 결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른 사찰 주지스님들도 ‘현실 커플 기원 금일봉’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덕운스님은 또한 ‘나는 절로 결혼 1호 커플 탄생 성지 백양사’ 현판을 무공스님에게 전달했다. 그는 격려 금일봉과 다기 세트 등 선물도 함께 건넸다. 손길동·임길순 커플은 “백양사와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배려로 결혼할 수 있었다”며 “무공 큰스님의 말씀처럼 서로 아끼며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불교사회복지가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덕운스님에게 ‘불교사회복지기금’ 100만 원을 전달했다. 한편, 이번 커플 외에도 ‘나는 절로, 낙산사’ 출신 ‘견우 5호’와 ‘직녀 8호’, ‘나는 절로, 백양사’의 ‘권길동’·‘권길순’ 커플 등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2026년에도 다수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
日여행 갔다 체류기간 넘긴 韓여성…공중화장실서 체포, 무슨 일?
국제 정치·사회 2025.11.03 21:49:29여행 목적으로 일본에 갔다가 체류 기간을 10일가량 넘긴 한국인 50대 여성이 현지 공원 내 공중화장실에 장시간 머물다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1일 고베신문에 따르면 효고현 고베수상경찰서는 한국 국적 주소불명·직업불상의 여성 A(54)씨를 출입국관리난민법 위반(불법체류) 혐의로 이날 체포했다. A씨는 지난 7월23일 여행을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했다. 그러나 체류 기한인 10월21일 이후에도 일본 내에 머물며 불법체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밤부터 이달 1일 아침 사이, 고베시 주오구 메리켄파크 내 공중화장실에 한 사람이 장시간 머물고 있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출국일을 잘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불법 체류하다 적발될 경우 강제 퇴거 명령, 일정 기간 재입국 금지, 벌금 및 구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 -
"이러니 한국 청년들이 결혼 안 하지"…日언론도 경악한 韓결혼 비용 얼마길래
국제 정치·사회 2025.11.03 19:21:06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높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 속에서 결혼을 꺼리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보도했다. 닛케이는 2일(현지시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결혼 2년 차 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 신혼부부들의 평균 결혼 비용이 3억 6173만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주거비였다. 닛케이는 “한국의 전세 제도 탓에 신혼집 마련에 드는 초기 자금이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결혼 비용 중 주택비는 3억 408만 원으로 전년보다 6000만 원 이상 증가했다. 결혼식 자체 비용도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결혼식 평균 비용은 2160만 원으로 불과 석 달 새 4% 상승했다. 수도권의 경우 2665만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경상도(1181만 원)의 두 배가 넘었다. 닛케이는 또 “사진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을 포함한 ‘스드메’ 비용이 급등하면서 새로운 신조어 ‘스드메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스튜디오 대관료와 인건비가 함께 뛰며 사실상 결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도한 비용은 청년 세대의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22~44세 미혼 남성 500명 중 42%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엔 ‘결혼 비용 부담’이 가장 많았고, 4명 중 1명이 이를 꼽았다. 지자체들도 나름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정부는 공공시설을 예식장으로 개방하거나 저비용 결혼식 패키지를 마련하며 변화의 흐름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닛케이는 “유교적 가치관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외형과 체면, 관습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규모로 진행하는 ‘스몰 웨딩’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지만 부모 세대의 인식 변화 없이는 쉽지 않다”며 “결혼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한국 사회가 스스로 물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공시가율 69%로 묶어도 보유세는 늘어…반포자이, 515만원 더 낸다 [집슐랭]
부동산 정책·제도 2025.11.03 17:46:33정부가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기로 한 것은 서울 아파트값이 올 들어 급등해 시세 변동만으로도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 일대의 주요 아파트는 올해와 같은 69%의 현실화율을 적용받더라도 내년 보유세가 30~4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또 서울 외곽까지 ‘3중 규제’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면서 부동산 세제 정책의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과 관련한 현실화율 인상 조치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표한 부동산공시법과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시세 9억 원 미만의 아파트는 내년 현실화율을 78.6%까지 높여야 한다. 또 9억~15억 원 아파트는 시세의 87%,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90%까지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매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방안을 통해 이 같은 목표치보다 완화한 방안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기존 68.1%에서 69%로 올리고 2021년 70.2%, 2022년 71.5%까지 높인 뒤 보유세 부담이 급등한 점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2020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75% 상승했고 2021년(19.89%), 2022년(14.22%) 등 두 자릿수의 폭등세가 이어졌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공시가격의 급격한 현실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결정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당초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을 따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정부는 이에 맞춰 8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방향 검토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하지만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적용을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의 ‘갭투자’ 논란과 사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부동산 정책 책임자의 강남 아파트 거주 등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세제 방안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지역까지도 규제지역에 묶였다는 견해가 있다”며 “이번에 대출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한 만큼 세제 방안은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언급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점도 부동산 정책의 속도 조절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63% 상승했다. 올해 전국 상승률(0.26%)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서울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송파구가 14.92% 상승한 것을 비롯해 강남구(11.49%), 서초구(11.65%), 성동구(11.2%)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또 마포구(8.99%)와 용산구(7.81%), 강동구(7.73%), 광진구(6.74%), 영등포구(6.29%), 동작구(6.18%) 등 ‘한강벨트’의 주요 자치구도 6% 이상의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조치 없이도 내년 주요 단지의 보유세 부담은 30~4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내년 보유세 부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는 1가구 1주택자인 경우에도 보유세 부담이 30~40%가량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마찬가지로 69%로 고정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대로 60%로 적용한 경우에도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 전용 84㎡ 소유자의 내년 보유세는 올해(1275만 원)보다 40.4% 늘어난 179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82.6㎡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역시 올해보다 내년 보유세 부담이 각각 45.2%, 42.7%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세 부담은 마포구와 성동구 등에서도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5㎡의 내년 보유세는 416만 원으로 올해(300만 원)보다 38.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성동구 래미안 옥수리버젠 전용 84.8㎡ 역시 올해 보유세 325만 원에서 내년 453만 원으로 39.4%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우 위원은 “올해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라 시세 변동만으로도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단지 등에서 가격 변동 폭이 컸던 만큼 보유세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단독]아파트 공시가율 내년도 안 올린다[집슐랭]
부동산 정책·제도 2025.11.03 17:37:17내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해와 같이 69%에 묶일 것으로 전망된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 데다 서울 아파트 값이 급격히 상승한 만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 간 보유세를 두고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세제 정책에 대해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일반 국민과 관계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위한 ‘2026년 부동산 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13일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정부는 내년 공동주택과 단독주택·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80.9%에 달할 예정이었지만 세 부담 등을 고려해 올해와 같은 수준에 묶어두기로 한 것이다. 이에 공동주택의 시세 대비 현실화율은 4년 연속 69%가 적용된다. 토지와 단독주택 역시 4년째 각각 65.5%, 53.6% 수준으로 동결되며 올해 시세 변동만 공시가격에 반영될 예정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며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핵심 자료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진행됐다. 토지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에 도달하도록 단계적 인상 계획을 수립했지만 부동산 상승 시기와 맞물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매년 두 자릿수로 급등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실화율을 원상 복구시켰지만 부동산 가격공시법 등에 따라 현실화 목표는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현실화율 인상을 검토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를 높일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전셋값 상승과 집값 불안 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목적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시가 현실화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단독] 도봉구가 규제지역?…"9월 통계 반영하면 요건 미달"
부동산 정책·제도 2025.11.03 10:18:00정부가 10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6~8월 통계를 사용했는데, 7~9월 통계를 반영했을 경우 도봉구와 은평구 등 서울 5개구는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 값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강북 권역 주민들의 반발이 통계적으로도 뒷받침 된 셈이다. 정부는 정책을 심의하기 이전에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9월 통계의 조사 시점은 대책이 발표되기 2주 전인 10월 1일로, 정부가 대책 발표까지 반영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규제지역 지정을 위해 근거로 삼은 집값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반영 시점은 6~8월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최근 3개월 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1.5배 높아야 한다. 정부는 10월에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조사 시점을 6~8월로 잡고 서울의 물가 상승률을 0.21%로 설정했다. 즉 0.21%의 1.5배인 0.315%보다 서울의 6~8월 집값 상승률이 높아 규제지역 요건을 만족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9월 통계를 반영했을 때 서울의 물가 상승률은 0.54%다. 이의 1.5배인 0.81%보다 서울의 집값 상승률이 높아야 규제지역 지정이 가능한데 9월 통계를 반영한 경우 △도봉△은평△중랑△강북△금천구 등 5개 지역이 요건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강북 지역은 전고점도 회복하지 않은 단지가 대부분이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도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9월 통계가 없어 6~8월 통계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용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 시기는 ‘익월 1일’을 기준으로 전후 5일 간이다. 즉 9월 통계는 10월 초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10·15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13일 열렸는데, 이달 초 조사된 9월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확보하고 심의할 시간적 여유가 2주 가까이 주어졌던 셈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이달 2일 발표돼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자료로 쓰이기 충분했다. 정부는 공식 통계 발표 시점이 대책 발표 날과 같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통계법 시행령 42조 3항에 따르면 ‘경제위기 또는 시장불안 등으로 관계 기관의 대응이 시급한 경우’의 한해 통계 사전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서울시에서도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는 서울시에 규제지역 지정을 통보하면서 집값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원본 데이터 조차 공유하지 않아 산식조차 몰랐다”며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 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국민에게 불리한 처분을 내릴 때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특히 규제지역 지정은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능한 한 최신 통계를 반영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부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점에 있던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 이는 10·15 대책 결과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 위한 통계조작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잃은 위법한 10·15 대책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15 대책' 파장에 서울 8만가구 공급 불투명…“정비사업 싹이 잘렸다"[집슐랭]
부동산 정책·제도 2025.11.03 07:05:00‘10·15 대책’으로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주요 추진 단계 중 가장 높은 동의율(재건축 70%, 재개발 75%)이 필요한 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전역은 경기도 과천·광명시 등 12개 지역과 함께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매매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고 재건축은 조합 설립 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은 6월 기준 조합 설립 전인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단계의 재건축·재개발(주택정비형) 사업장 65곳, 공급 예정 주택 규모인 8만 1000여 가구가 영향권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삼부 재건축, 구로 가리봉2 재개발구역 등 서울 비(非)강남 지역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번 10·15 대책으로 인한 사업 차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추진위(50%) 또는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요건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곳은 동의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많은 정비사업장들이 고민에 빠져 있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초기 단계인 곳들은 조합 설립이 늦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이번처럼 강한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노원·도봉 등 강북 지역의 충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선 조합 설립 전 단계의 정비사업장은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앞두게 됐기 때문이다. 도봉구 창동의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일부 다주택자들은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초 예정된 조합 설립을 연기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걱정 안해도 될 걸 걱정해야 하고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정비사업 매물을 여러 개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5년 내 재당첨 제한 규제가 신속한 사업 추진의 반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분양 또는 일반 분양에 당첨되면 5년 간 동일 지역의 다른 정비사업에서 분양 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영등포구 대림동의 재개발 사업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구역은 다주택자인 단독 주택이나 빌라 소유자들이 제법 있다”며 “재당첨 제한 규제 때문에 새 주택은 한 개만 받게 되는 것에 대해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사업의 신속한 추진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주비 대출 축소 역시 고민거리가 됐다. 10·15 대책 발표 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정비사업장은 이주비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었다. 동작구 상도동의 재개발 사업 관계자는 “다가구 주택 보유자들은 이주 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주비 대출 한도가 줄면 이주는 커녕 보증금 마련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주의 차질은 사업 지연,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구로구 가리봉동 재개발 사업 관계자는 “추진위·조합 설립 동의 확보 등 정비사업 초반의 주요 추진 단계가 어려워졌다”며 “10·15 대책은 정비사업의 싹부터 잘라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비사업 추진 여건 악화는 내부 갈등과도 연계된다. 여의도 삼부 아파트 단지는 올해 6월 재건축 조합 설립 총회를 계획했다가 사업 내용에 대한 이견 때문에 조합 설립 동의율 확보에 실패했다. 10·15 대책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아직 조합 총회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삼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10·15 대책으로 (조합 설립에)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생겼다”면서 “매도·증여 희망자나 다주택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재개발사업 관계자는 “많은 정비사업장들이 조합 등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 등 반대파들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된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반대파들이 구실로 삼거나 비대위가 생겨날 명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추진 차질은 결국 집값 불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임기 동안 이뤄진 서울 380여 곳의 정비구역 해제가 현재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며 “서울 정비사업의 위축은 그때처럼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결국 집값 불안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내銀 기업대출 부가가치 창출능력…환란 이후 반토막났다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11.03 05:00:00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이 건전성 측면에서 유리한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반 토막 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담보 위주의 여신이 급증하다 보니 같은 규모의 대출을 해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과도한 건전성 우선주의를 바꾸고 담보가 아닌 상환 능력 위주의 심사 관행부터 정착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경제신문이 1998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은행의 산업별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출액당 총부가가치가 1.67원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3.54원)과 비교하면 약 53%나 감소한 수치다. 은행이 국내 산업에 1원을 대출한다고 했을 때 1998년에는 한국 경제의 부가가치가 3.54원 창출됐지만 지난해에는 그 액수가 1.67원밖에 안 되는 셈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업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탓이다. 부동산업이 전체 산업별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1.02%에서 지난해 22.28%로 22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 비중은 47.8%에서 31.42%로 쪼그라들었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같은 외환위기 전 상위 5대 은행이 기업대출 부실의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같은 안전한 가계대출에 눈을 돌린 결과다. 문제는 부동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부동산업의 대출금당 부가가치 창출액은 0.53원으로 제조업(1.52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담대와 부동산업 대출 쏠림이 심각하다”며 “첨단 제조·서비스업으로 은행권 자금을 이동할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6조 5134억 원으로 전체의 30.3%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으로 기업금융의 대표 주자였다. 한일은 삼성그룹, 상업은 LG그룹의 주거래 은행이었다. 이 당시에는 신용대출 비중이 52%로 절반이 넘었다. 26년 뒤인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은 164조 9391억 원으로 비중이 55.1%까지 뛰어올랐다. 신용대출은 22.5%에 그쳤다. 다른 은행도 세부 수치에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의 흐름은 같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은행 구조조정이 잇따르다 보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절대시되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것이 핵심 가치가 된 결과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확대는 집값 상승과 맞물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 당국의 판단도 비슷하다. 당국 내부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계에 충당금 규정 강화와 여신 관리 및 부실 금융사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 금융사들이 비교적 안전한 부동산 대출을 선호하게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대출 비중이 약 20%에 달해 10%대 수준인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내부 진단을 내렸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은 건전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쪽으로 개편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시스템의 시효가 끝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98년 말 1조 4781억 원에서 지난해 말 317조 127억 원으로 214.5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 잔액이 69조 2006억 원에서 447조 735억 원으로 6.5배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업의 경우에는 토지나 건물을 담보로 삼기 때문에 일반 기업 시설·운영자금 대출에 비해 안전하게 여겨질 공산이 크다”며 “부동산업 대출이 확대된 데에는 이 같은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대출의 부동산 쏠림은 더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 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말 51.7%에서 2024년 말 58.4%로 확대됐다.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삼아 은행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대출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가계·기업 부동산 관련 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1673조 8000억 원으로 2019년 말(1167조 원)과 비교해 43.4% 증가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 중 가계 부문 부동산 담보가 총 771조 3000억 원으로 전체의 46.1%를 차지한다. 이 같은 부동산 금융 쏠림은 국내 경제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부동산 서비스의 생산유발계수는 2020년 기준 1.417로 전 산업(1.804)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생산유발계수가 높을수록 산업별로 창출되는 생산액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분야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부동산업에 대출이 집중됐다는 것은 자원 배분 측면에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처럼 교역이 어려운 재화·서비스로 금융이 집중되면 성장률 하락의 단초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건전성 중시 기조가 국내 은행의 대출 관행을 담보 위주로 굳어지게 만들고 이에 자금 흐름이 기업과 생산적인 분야가 아닌 부동산으로 쏠리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금융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지표 측면에서 기업대출을 우대하는 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 못 키우고 침체 불렀다"…스페인 '부동산금융 붕괴'의 교훈 현재 한국과 경제 규모가 엇비슷한 스페인은 1999년 유로존에 들어가면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스페인 은행들은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출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맞았고 대출액은 더 늘어났다. 1998년 말 1175억 유로 수준이었던 스페인의 주택 구입 목적 대출 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5959억 유로까지 불어났다.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스페인의 주택 가격은 3.1배 급등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이 됐고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았던 스페인의 경우 그 여파가 더 길고 컸다. 스페인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08년 3%대에서 2012년 3월 8.4%까지 급등했다. 이때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 모기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달할 정도였다. 과도한 부동산 대출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스페인의 경기는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은 대대적인 공적 자금 투입과 함께 은행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산탄데르은행 같은 스페인 주요 은행들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스페인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부동산 금융이 시장 거품을 키웠고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더 길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의 금융권이 부동산 시장에 몰두한 나머지 산업에 자금을 제때 공급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는 부동산 금융 쏠림이 심각한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대규모 디레버리징을 겪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도 컸다. 제대로 된 첨단산업 지원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 당국은 스페인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방코데에스파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스페인의 주택 구입 목적 대출 잔액은 약 4878억 유로다. 2008~2012년에 6000억 유로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 줄어든 수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디레버리징 과정의 고통을 감안하면 한국은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전체적인 여신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단독] '9월 통계' 반영 땐 도봉 등 5곳 규제지역 요건 안돼
부동산 정책·제도 2025.11.02 17:46:56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9월 통계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사용한 6~8월의 집값 상승률 대신에 7~9월 수치를 적용하면 서울 도봉구와 은평구 등 5곳은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을 심의하기 이전에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9월 통계 수치를 반영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10·15 부동산 대책’ 규제지역 지정 근거는 올해 6~8월로 확인됐다. 올해 6~8월 집값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을 비교해 규제지역 지정 근거로 삼은 것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1.5배 이상이 돼야 한다. 정부는 10월에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조사 시점을 6~8월로 잡고 서울의 물가 상승률을 0.21%로 설정했다. 즉 0.21%의 1.5배인 0.315%보다 서울의 6~8월 집값 상승률이 높아 규제지역 요건을 만족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9월 통계를 반영했을 때 서울의 물가 상승률은 0.54%로 대폭 상승했다. 이 때문에 서울 집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의 1.5배인 0.81% 이상이 돼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서울 도봉구와 은평구, 중랑구, 강북구, 금천구 등 5개 지역은 이 경우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아 6~8월 통계를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주택법에 규제지역의 지정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해당 기간에 대한 통계가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월 또는 연도에 대한 통계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과 관련 9월 통계는 10월 초 조사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10·15 대책의 핵심 사항을 결정할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13일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통계 발표 시점이 대책 발표 날과 같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통계법에 따르면 ‘경제위기 또는 시장불안 등으로 관계 기관의 대응이 시급한 경우’의 한해 통계 사전 제공 또한 가능하다. 서울시에서도 최근 정부의 통계 적용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서울시에 규제지역 지정을 통보하면서 집값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의 원본 데이터조차 공유하지 않아 산식을 몰랐다”며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도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국민에게 불리한 처분을 내릴 때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특히 규제지역 지정은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능한 한 최신 통계를 반영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부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점에 있던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 이는 10·15 대책 결과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 위한 통계조작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잃은 위법한 10·15 대책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첨단산업 육성 못하고 침체 심화"…스페인 '부동산금융 쏠림'의 교훈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11.02 17:44:47현재 한국과 경제 규모가 엇비슷한 스페인은 1999년 유로존에 들어가면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스페인 은행들은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출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맞았고 대출액은 더 늘어났다. 1998년 말 1175억 유로 수준이었던 스페인의 주택 구입 목적 대출 잔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5959억 유로까지 불어났다.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스페인의 주택 가격은 3.1배 급등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이 됐고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았던 스페인의 경우 그 여파가 더 길고 컸다. 스페인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08년 3%대에서 2012년 3월 8.4%까지 급등했다. 이때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 모기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달할 정도였다. 과도한 부동산 대출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스페인의 경기는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은 대대적인 공적 자금 투입과 함께 은행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산탄데르은행 같은 스페인 주요 은행들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스페인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부동산 금융이 시장 거품을 키웠고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더 길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2일 “스페인의 금융권이 부동산 시장에 몰두한 나머지 산업에 자금을 제때 공급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는 부동산 금융 쏠림이 심각한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대규모 디레버리징을 겪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도 컸다. 제대로 된 첨단산업 지원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 당국은 스페인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방코데에스파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스페인의 주택 구입 목적 대출 잔액은 약 4878억 유로다. 2008~2012년에 6000억 유로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 줄어든 수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디레버리징 과정의 고통을 감안하면 한국은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전체적인 여신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제조업 대출 6배 늘때 부동산업 214배…성장 갉아먹은 '보신주의'[생산적금융 대전환]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11.02 17:42:37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6조 5134억 원으로 전체의 30.3%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으로 기업금융의 대표 주자였다. 한일은 삼성그룹, 상업은 LG그룹의 주거래 은행이었다. 이 당시에는 신용대출 비중이 52%로 절반이 넘었다. 26년 뒤인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은 164조 9391억 원으로 비중이 55.1%까지 뛰어올랐다. 신용대출은 22.5%에 그쳤다. 다른 은행도 세부 수치에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의 흐름은 같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은행 구조조정이 잇따르다 보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절대시되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굴리는 것이 핵심 가치가 된 결과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확대는 집값 상승과 맞물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 당국의 판단도 비슷하다. 당국 내부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계에 충당금 규정 강화와 여신 관리 및 부실 금융사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 금융사들이 비교적 안전한 부동산 대출을 선호하게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대출 비중이 약 20%에 달해 10%대 수준인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내부 진단을 내렸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은 건전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쪽으로 개편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시스템의 시효가 끝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98년 말 1조 4781억 원에서 지난해 말 317조 127억 원으로 214.5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 잔액이 69조 2006억 원에서 447조 735억 원으로 6.5배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가파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업의 경우에는 토지나 건물을 담보로 삼기 때문에 일반 기업 시설·운영자금 대출에 비해 안전하게 여겨질 공산이 크다”며 “부동산업 대출이 확대된 데에는 이 같은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대출의 부동산 쏠림은 더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 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말 51.7%에서 2024년 말 58.4%로 확대됐다.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삼아 은행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대출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가계·기업 부동산 관련 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1673조 8000억 원으로 2019년 말(1167조 원)과 비교해 43.4% 증가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 중 가계 부문 부동산 담보가 총 771조 3000억 원으로 전체의 46.1%를 차지한다. 이 같은 부동산 금융 쏠림은 국내 경제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부동산 서비스의 생산유발계수는 2020년 기준 1.417로 전 산업(1.804)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생산유발계수가 높을수록 산업별로 창출되는 생산액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분야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부동산업에 대출이 집중됐다는 것은 자원 배분 측면에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처럼 교역이 어려운 재화·서비스로 금융이 집중되면 성장률 하락의 단초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건전성 중시 기조가 국내 은행의 대출 관행을 담보 위주로 굳어지게 만들고 이에 자금 흐름이 기업과 생산적인 분야가 아닌 부동산으로 쏠리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금융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지표 측면에서 기업대출을 우대하는 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령화 시대의 자산관리, 주택연금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도와줘요 자산관리]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11.01 08:00:00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이어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도 은퇴를 시작했다. 은퇴 이후에는 알아서 통장으로 들어오던 월급은 없다. 또한 국민연금 수령은 1년씩 늦춰져 1969년생부터 65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평균 은퇴 가구의 자산 70%는 실물자산, 특히 ‘집한 채’에 집중되어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제도권 노후 소득만으론 의료비, 생활비 충당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주택을 담보로 삼아 국가가 보증하는 주택연금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2025년 현재 부동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최근 집값이 일부 반등세를 보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역의 주택가격이 횡보 중이며 금융 규제와 금리 부담이 노후 의사결정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주택연금은 ‘소극적 보유’ 대신 ‘능동적 활용’ 전략에 힘을 실어 준다. 주택연금은 부부 중 연장자가 55세 이상이 공시가격 12억 원(시세 약 17억 원) 이하 본인 명의의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대출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수령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주택법상의 주택과 주상복합 및 주거목적 오피스텔도 가입가능하며 공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1.5%의 보증료와 연 단위 보증료(보증잔액의 약 0.75%)를 받고 은행에 주택연금 보증서를 발급, 은행은 보증서를 근거로 주택연금을 지급한다. 담보제공 방식을 신탁형으로 가입하면 가입자가 사망 시 배우자가 자동으로 연금을 승계하고 주택 거주권도 유지된다. 부부 모두 사망 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담보주택을 처분하여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반대로 총 수령한 연금액이 주택처분 가격을 초과해도 추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또한 상속인이 희망 할 경우 그동안 받은 연금을 상환하고 주택을 인수할 수도 있다. 연금액은 가입 시점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확정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금 예시를 보면 현재 주택 시세 6억 원(1주택자), 55세일 경우 종신지급방식으로 월 88만 원의 연금액이 예상된다. 주택 연금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월지급액이 확정되면 주택가격의상승 및 하락에 관계없이 연금액의 변동은 없다. 그러므로 집값 하락 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집값 상승 시 실질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또 다른 장점은 절세 효과다. 사망 시 발생 되는 상속세는 상속인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데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부모님이 받은 주택연금 금액이 상속 재산 계산 시 차감되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주택연금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 기 수령 연금분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며 해지 후 동일 주택의 주택연금 재가입은 3년 경과 후에만 가능하다. 또한 재건축 재개발 이주 계획이 있는 경우 주택연금 담보가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추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거나 상속에 대한 가족 간 합의가 뚜렷하지 않으면 신중히 고려해야만 한다. 주택연금 가입에 앞서 하나 더 고려할 점은 집의 크기다. 자녀가 성장한 이후에는 부부가구 또는 단독가구가 될 확률이 높다. 거주 인원에 비해 큰 규모의 주택은 관리비 등 유지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을 겪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주택 규모를 줄여 이사를 하는 것도 선택 가능한 방법이다. 은퇴 이후에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 직장 근처에 살 이유도, 자녀 교육 때문에 학원가 근처에 살 이유도 없다. 하지만 고령자 입장에서는 낯선 동네로의 이사가 사회적 고립이나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사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대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노후자산 관리는 현금흐름의 다양화가 핵심이다. 주택연금을 자산 유동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인생 2막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연금의 장점과 한계를 현실적으로 진단하고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해 최적의 자산관리 전략을 세운다면 고령화 시대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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