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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이사장 "거래소가 밸류업 중심…가이드라인 면밀히 마련"
증권 국내증시 2024.02.15 18:16:55정은보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첫날부터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정 이사장은 15일 부산 남구 거래소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상장 기업의 노력 없이는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성공을 위해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어 “정부와 함께 마련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기업 스스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의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과 투자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을 면밀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이와 관련한 세부 방안으로 거래소 내 전담 조직 상설화, 상장기업들과의 적극적인 대화 등을 거론했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시장별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확립해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신종 증권 시장, 기업성장집합기구(BDC) 등 효율적인 자금 중개를 위한 새 플랫폼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능화된 신종 불공정거래의 확산에 대응해 시장 감시 조직과 인력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데이터·지수 분야의 사업 조직을 개편해 현행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상장지수상품(ETP), 채권·외환·파생상품(FICC)도 확대 개발하겠다는 복안도 선보였다. 정 이사장은 “상장 심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 기업공개(IPO) 단계부터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공매도 전산화 지원, 불법 공매도 감시 노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잡겠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취임식에 앞서 이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전화·문자 대화를 통해서도 “(취임 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전날 거래소 주주총회를 거쳐 8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
[단독] '밸류업 우수기업상' 신설…"세무조사 유예 등 인센티브도 검토"
증권 정책 2024.02.15 18:04:38정부가 이달 국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의 밑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실무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이 기업가치 제고 우수 상장사를 대상으로 국무총리·장관급 포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상에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인센티브를 포함시켜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게끔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 당국은 또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상장사에 별도의 해외 기업설명회(IR)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우수 상장사를 선정해 정부 표창을 정례적으로 수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수 기업을 등급별로 나눠 국무총리 표창, 금융위원장 표창 등을 주는 방식이다. 업계는 당국이 추진하는 포상에 금전 혜택은 물론 세무조사 1~3년 유예 수혜까지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수 기업 선정 기준으로는 일본의 사례와 유사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투하자본수익률(ROIC) 등 주요 재무 지표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시가총액 및 업종별 자체 기준에 입각해 상장사가 매년 기업가치 개선 계획이 담긴 보고서를 공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재무 지표 외에도 ‘선(先) 배당액, 후(後)배당일 제도’ 등 주주 환원 정도도 평가 지표에 담을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목표 투자 지표를 제시하도록 하면서 기업들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한 또 다른 인센티브 아이디어도 수집해 달라고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유관 기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차원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우수 상장사를 모아 별도의 해외 IR을 꾸리는 방안을 당국에 제안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정한 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을 거래소가 선별한 뒤 해외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과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별도의 IR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기존 IR 행사에 밸류업 정책과 관련한 평가 요소를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는 또 거래소가 공시 우수 법인 평가 가점 부여,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유예, 전자투표 및 전자 위임장 수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 대책을 꺼낼 수 있다고 봤다. 금융위는 이들 기관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프로그램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방향을 세운 것은 맞지만 세부적인 방법은 계속 고민 중”이라며 “IR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다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잘 하는 기업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이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밸류업을 통해 투자자 친화적인 증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구체화된 프로그램 방안을 내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일각에서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가 주가 상승 등 목표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지만 당국은 이 같은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프로그램 초안을 완성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삼성자산운용,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ETF 5종 발표
증권 국내증시 2024.02.15 09:53:07삼성자산운용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비할 수 있는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5종을 15일 발표했다. 이날 삼성자산운용은 ETF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계산한 결과 ‘KODEX 보험(0.41배)’, ‘KODEX 밸류Plus(0.43배)’, ‘KODEX 은행(0.45배)’, ‘KODEX 고배당(0.46배)’, ‘KODEX 증권(0.49배)’의 PBR이 0.5배 미만이라는 이유로 밸류업 수혜 ETF로 분류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선정한 저PBR 5개 ETF는 정부의 정책 수혜를 본격적으로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근 성과도 우수하다. ‘KODEX 보험’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지난달 24일 이후 전날까지 22.3%의 수익률을 거뒀다. ‘KODEX 증권’과 ‘KODEX 은행’ 역시 각각 14.3%, 1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1년부터 ETF 홈페이지에서 ‘ETF 수익성·배당 지표’ 화면에서 산출하고 있는 지표를 기준으로 밸류업 수혜 ETF를 선정했다. ETF별로 공시된 구성종목내역을 기준으로 개별 종목들의 배당 및 이익 지표 등을 가중 평균해 산출된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이번 밸류업 ETF 5종의 경우 여전히 저PBR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배당수익률 등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어 정부의 구체적인 발표가 나오면 더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이 쏘아올린 밸류업…7거래일간 K증시 6조 폭풍매수
증권 정책 2024.02.14 05:45:00외국인의 전방위 매수세가 한국 증시가 활짝 웃었다. 정부가 내놓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에서 기술·성장주로 상승세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000 선을 돌파하면서 일본 닛케이지수도 2.89% 오른 3만 7963에 마쳤다. 버블 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 오른 2649.64에, 코스닥지수는 2.25% 상승한 845.15에 각각 마감했다. 전날 상승은 외국인이 견인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570억 원을 매수한 가운데 기관투자가도 4900억 원을 사들여 힘을 보탰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2500억 원가량을 홀로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 선물 시장에서도 9469억 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대량 매집에 나선 것은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다. 외국인은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밝힌 지난달 24일을 전후해 확연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5조 9208억 원어치를 샀다. 이달은 겨우 7거래일 만에 월간 순매수 규모 역대 5위에 오를 만큼 기세가 매섭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액이 기존 최대치인 7조 8263억 원(2013년 9월)을 10년 5개월 만에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와 성장주 간 순환매가 일어나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투자가가 대형주는 물론 코스닥에 선물 상품까지 매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매수 행태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외국인이 증시 전반을 부양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의지를 높게 보고 저평가 종목뿐 아니라 기술·성장주까지 쓸어담으면서 지수 상승 자체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전날 코스피·코스닥지수는 나란히 상승 마감하면서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자산 대비 주가가 낮은 업종이 아닌 기술주·성장주 등이 대거 강세를 기록한 점이다. 미국에서 불어온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발 인공지능(AI) 특수 기대감도 한몫했지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의 제값 받기도 겨냥하고 있다는 투자자의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코스닥은 2.25% 올라 근 한 달 만에 845선에 안착했다. 지난달 말부터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만 쏠리던 시장 자금의 흐름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기술·성장주로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삼성전자(1.48%), SK하이닉스(5.04%), 삼성바이오로직스(2.82%), 기아(3.53%), 셀트리온(4.40%), LG화학(0.11%) 등이 올랐고 LG에너지솔루션(-0.13%), 현대차(-0.40%),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3.31%), 네이버(NAVER·-0.49%), 삼성물산(-0.19%) 등은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증시 상승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이 2월 들어 이날까지 7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 4000억 원어치 이상의 순매수액을 기록한 것은 월간 역대 최대 매수를 기록한 2013년 9월 때보다도 월등히 빠른 수준이다. 당시 외국인은 2~10일 7거래일 동안 3조 194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그 규모가 이달의 절반 남짓밖에 안 됐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의 경우도 외국인은 이달에만 5165억 원을 매입했다. 증권가에서 외국인이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외국인들이 적어도 한국 정부가 4월 총선 때까지 주가 관리를 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주식을 매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매 규모와 전략이 지난달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점도 예의 주시할 포인트다. 외국인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코스피에서 3조 4829억 원 순매수하면서도 코스닥은 5311억 원어치를 팔았다. 코스피200 선물도 4조 9748억 원어치를 매각해 전체 지수 하락을 점치거나 현물 순매수를 헤지(위험 분산)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반면 이달에는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200 선물도 이날 9469억 원을 비롯해 7거래일간 3조 568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증시의 상승 가능성에 더 베팅한다는 의미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전 세계적인 AI주 부각에 따른 관련주 동반 랠리 등에 힘입어 한국 기술주도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5조~7조 달러(약 6500조~9100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소식도 반도체주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완전히 구체화될 때까지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도 순매수하고 있는 점이 증시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저PBR 종목은 상승 강도가 약해지거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반면 이제는 기술·성장주들이 오히려 부각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
“이번엔 정말 다를까?”…‘밸류업’으로 기업 문화 바꾼다는 정부
증권 국내증시 2024.02.09 14:00:00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액과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는 등 증시 수요 기반을 확충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히는 물적 분할, 내부자거래, 자사주, 배당절차 관련 제도를 개선해 일반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국내 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코스피 0.95배, 코스닥 1.96배로 선진국(3.10배)은 물론이고 신흥국(1.61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전체 PBR은 1.05배로 대만(2.41배)이나 인도(3.69배)는 물론이고 중국(1.13배)보다도 낮다. 증시 저평가로 유명했던 일본도 1.42배까지 확대됐다. 자본시장 저평가를 해소해 기업 성장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국민 자산 축적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설 이후 나올 ‘밸류업’에 관심 집중 정부가 내놓고 있는 여러 대책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설 연휴 이후 나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업종별 투자지표를 비교 공시하고 기업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기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코스피 상장사는 물론이고 코스닥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 우수업체 등으로 구성된 지수나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발한다고 한다. 특히 PBR을 중심으로 지수를 개발하되 ROE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산업은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 비중이 큰 만큼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춘 주가수익비율(PER)보다 자본 가치를 고려하는 PBR이 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되지 않았으나 최근 저PBR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만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일본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당국도 일본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고민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난해 일본이 증시를 부양했던 성공 모델이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日 10년 동안 일관된 정책 추진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2023년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했다. 2014년 1월 15일부터 개별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 명단을 매월 공표하기로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공적연금과 중앙은행은 2014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가중치를 부여한 닛케이(NIKKEI) 400 지수를 새로운 벤치마크로 삼아 일본 주식을 매입했다. 이어 지난해 6월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배를 초과하는 기업 150곳을 모아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에 기관투자자가 JPX 프라임 150의 벤치마크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일본 상장기업에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했다. 결국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022년 말 2만 6095에서 지난 7일 3만 6120으로 38.4%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236에서 2610으로 16.7%, 코스닥 지수는 679에서 812로 19.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이후 1년 만에 프라임 그룹에서 PBR 0.5배 미만 기업 비중은 5.9%에서 3.3%로 2.6%포인트 감소했다. 0.5배에서 1.0배 사이 기업은 34.2%에서 30.7%로 3.5%포인트 줄었다. 저PBR 주식일수록 밸류업 시행 직후 강하게 상승하면서 6개월 후 고점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책이 성공한 것도 관련 정책을 10년 가까이 꾸준히 추진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진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 목격하는 ‘일본 재평가’는 2013년 아베 정부가 제시한 3개의 화살 가운데 ‘일본 재흥(再興) 전략’에 뿌리를 두고 10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경제 성장성 회복과 일본 재흥을 목적으로 국내외 투자자의 중장기 자금을 유인하고 ‘일본 주식회사’ 매력도 및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성으로 상호 연관돼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장기 프로젝트로 기업 문화 바꾸겠다” 금융당국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일회성이 아닌 문화를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6일 ‘자본시장 정책과제 추진 방향’을 통해 “조만간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도 도쿄거래소 경영개선 요구에 상장기업들이 화답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일본 기업들은 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확대하면서 외국인의 일본 주식 매수가 확대됐다. 노무라자산운용에 따르면 외국인 일본 주식 매매는 해당 기업의 ROE와 연동된 형태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명확한 페널티 없이 주주 친화적인 명단을 공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이름 거론해 망신 주기)’만으로는 기업 참여를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수 개발과 ETF 출시가 이뤄지더라도 국민연금 등 큰 손이 참여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도 크지 않다. 당국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기 위한 촉매제”라며 “기업 참여가 미흡하면 추가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문화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
'밸류업 열풍'에 실탄 장전하는 개미…예탁금 3조 늘었다
증권 정책 2024.02.08 17:14:14투자자 예탁금이 정부가 이달 국내 증시 전반을 부양할 목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3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설 연휴 직후 프로그램의 방향이 구체화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 정책 수혜 종목이나 성장주를 선별 매수하는 데 자금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6일 투자자예탁금은 하루 동안 2조 542억 원이나 증가해 52조 8949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4일(54조 2492억 원) 이후 최대치이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시사한 같은 달 24일(49조 7804억 원)보다 3조 1145억 원이나 많은 수치다. 예탁금은 7일 51조 6621억 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1월 24일보다는 2조 원 정도 많은 수준을 유지했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쌓아둔 증시 대기성 자금이다. 예탁금은 지난해 12월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를 틈 탄 차익 실현 물량과 대주주 양도소득세 대상을 회피하려는 자금이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빠지면서 1월 2일 하루에만 7조 원 가까이 증가해 59조 4949억 원으로 불어난 바 있다. 이른바 ‘1월 효과(1월 주가가 다른 달보다 강세를 보이는 현상)’를 기대하고 새로 유입된 개인 자금도 있었다. 그러다 올 들어 대북 리스크, 글로벌 자본의 미국·일본·인도 증시 쏠림 현상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곧장 50조 원 안팎까지 규모가 줄고 제자리걸음만 걸었다. 연초부터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데다 글로벌 금리 인상 시기가 2분기 이후로 미뤄진 점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매수 대기를 망설이게 한 요인이 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의지가 예탁금 증가 추세에 영향을 줬다고 해석했다. 자동차·은행·보험·증권·유통·철강주와 지주사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업종에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돼 증시가 활기를 찾으면서 차익 실현과 저가 매수 전략을 구사할 여지가 늘었다는 점에서다. 실제 개인들은 1월 24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는 6조 7000억 원어치 이상을 내다팔고 코스닥은 1조 5000억 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이달 2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동안만 2조 4896억 원어치를 팔아치워 국내 증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개인들이 이전까지 주가가 상승하지 못했던 저PBR주를 내다 판 돈으로 고PBR 중소형 성장주를 사거나 예탁금 형태로 남겨두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은 이 기간 현대차(005380)를 1조 7409억 원어치나 팔아치운 것을 비롯해 기아(000270)(6129억 원), 삼성물산(028260)(4516억 원), KB금융(105560)(3450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2642억 원) 등 대표적인 저PBR주를 대거 처분했다. 대신 네이버(NAVER(035420)·2929억 원), SK하이닉스(000660)(928억 원), 두산로보틱스(836억 원) 등 기술주를 적극 매집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달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때까지 당분간 저PBR 위주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개인들도 증가된 예탁금을 기반으로 수혜 종목이나 소외 종목 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저PBR주의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종목 가운데 우량주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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