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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DNA 도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18 17:42:291953년 4월25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단 2장짜리 논문이 실렸다. 제목은 ‘핵산의 분자구조:DNA의 구조’.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물질인 DNA가 바깥은 뼈대로, 내부는 염기서열을 담은 이중 나선형 구조로 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은 짧았지만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저자인 미국의 분자물리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게는 생명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발견은 여성 생물물리 -
[만파식적] '미치광이 이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12 18:51:07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69년 10월 동아시아와 유럽, 중동 각지에 주둔하는 미군에 핵전쟁 경계령을 내렸다. 핵전쟁을 시작할지 모르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본인에 대한 악성 소문도 퍼뜨렸다. 자신이 공산주의에 강박감을 느끼고 화가 났을 때 자제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항상 핵 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게 했다. 이를 위해 실제로 핵미사일로 무장한 폭격기인 B52폭 -
[만파식적] 칼레 대장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11 18:21:47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장벽(障壁) 중에서 중국 만리장성은 단연 독보적이다. 2,700㎞에 달하는 성벽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10여년 전 만리장성을 방문했을 때 ‘이런 장대한 장벽이 최소 2,200년 전에 만들어졌다니’하는 놀라움과 함께 경외감마저 느꼈을 정도다.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지구상의 건축물이라는 말이 과장만이 아닌 듯했다.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장벽을 꼽자면 베를린 장벽이지 싶다. 1961년부터 1989 -
[만파식적] 골프稅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08 18:57:20일본 후지산 인근 시즈오카현의 가와나호텔 골프클럽(GC)은 일본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될 만큼 명품 골프장으로 손꼽힌다. 이 골프장은 사상 최초의 골프세 부과로 영원히 사라질 뻔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1933년 시즈오카현 의회가 입장객마다 1엔씩을 부과하자 ‘스포츠에 대한 과세조치는 부당하다’며 자진 폐장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국은 골프장의 완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골프세 부과를 철회해야만 했다. -
[만파식적] 가인 김병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07 18:32:386·25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 어느 날 박봉(薄俸)을 견디다 못한 한 판사가 대법원장실을 찾았다. 그에게 돌아온 대법원장의 말은 “나도 죽을 먹고 살고 있소. 조금만 참고 고생합시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의 얘기다. 해방공간에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재판부장 이후 그는 평생 “공직자에게는 청렴이 우선이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일제시대부터 독립운동가를 무료 변론하는 민 -
[만파식적] 장관의 입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06 19:00:00김영삼 대통령과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1995년 11월, 예기치 않은 악재가 터져 나왔다. 에토 다카미 당시 일본 총무처 장관이 “일본의 한반도 식민통치는 불가피했으며 이 기간 중 학교를 세우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망언을 한 것. 국내 여론은 크게 악화했고 정상회담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에토는 결국 유감 표명과 함께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유감 -
[만파식적] 명품시계 ‘파텍필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05 18:30:002014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장에 오래된 회중시계 하나가 경매로 나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자그마한 시계였다. 이 시계의 낙찰가는 무려 2,398만달러(약 265억원). 15년 만에 시계 경매 최고가격을 갈아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등극했다. 주인공은 스위스의 고급시계 메이커 ‘파텍필립’에서 만든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파텍필립의 가치가 더 -
[만파식적] 중국 ‘화장실 혁명’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05 09:08:37수년 전 중국 베이징에 출장 갔을 때 현지 화장실을 보고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급하게 공중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는데 구조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딴판이었다. 어릴 적 경험한 우리 ‘푸세식’ 화장실보다 환경이 열악했다. 무엇보다 화장실 문이 딱 몸통 중간만 가리고 머리와 다리 쪽은 다 보였던 것은 ‘문화 충격’이었다. 볼일을 보면서 혹시 옆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노심초사한 기억이 새롭다. 수도 베이징이 이 정도 -
[만파식적] 스탈린의 대숙청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9.01 18:36:2320세기 최악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벌인 공포정치의 상징이 ‘대숙청(치스트카)’이다. 1920년대 적백(赤白) 내전 승리 이후 스탈린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농업집단화와 공업화의 실패로 당내 반발에 몰리면서 이를 반격해 1인 지배를 공고히 해가는 일련의 반대파 제거작업 과정이다. 대숙청 기간 중 내무인민위원회(NKVD)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소련 공산당의 비밀경찰인 게페우(GPU)가 자행한 암살과 무자비한 처형, 시베 -
[만파식적] 배우자 공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31 19:00:41지난 2004년 말 국세청 홈페이지가 한때 접속 폭주로 마비된 적이 있다. 국세청이 배우자 공제를 이중으로 받았다며 30만명의 직장인들에게 세금을 추징하고 10%의 가산세를 물린 데 따른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다음 해에는 10만여명의 직장인들이 세금을 토해내라는 국세청의 통보를 받았다. 배우자의 소득이 100만원을 초과하면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는데도 너 나 할 것 없이 부당하게 공제를 받은 혐의였다. 예전에 -
[만파식적] 최초 인류 루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30 19:00:00인류학자인 도널드 조핸슨 박사는 1974년 11월24일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주 하다르 지역에서 화석을 탐사하다가 인간의 것이 확실해 보이는 팔꿈치 뼈 하나를 발견했다. 이어 다리뼈·턱뼈 등을 계속 발굴해 2주 동안 조립하자 키 1.2m, 몸무게 27㎏의 여인이 나타났다. 최초의 인류로 잘 알려진 ‘루시’가 복원된 것이다. 루시의 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로 정해졌다. 아파르(afaren -
[만파식적] 돌아온 표범장지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9 18:58:45약 15년 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눈부신 모래가 펼쳐진 백사장, 1,000년의 애절한 사랑을 품은 할미·할아비 바위, 금빛에서 시작해 황홀한 석류 빛으로 대지를 적시는 해넘이, 어느 것 하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비경이었다. 해당화가 많이 피어 ‘꽃지’라고 한다지만 그보다는 꽃보다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이 맞지 않나 싶다. 하지만 요즘은 그곳에 가지 않는다. 어느 날 -
[만파식적] 한양삼십리 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8 19:00:00“봄날 새벽의 과거 시험장. 어떤 이는 붓을 멈추고 골똘히 생각하고, 다른 이는 책을 펴서 살펴보며, 또 다른 이는 피곤해 행담에 기대 졸고 있다…. 반평생 넘게 이런 곤란함을 겪어 본 자가 이 그림을 대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질 것이다.” 조선 후기 과거시험 현장을 생생하게 그린 김홍도의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를 보고 그의 스승 강세황이 소감을 적은 글이다.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전국에서 몰려든 유생들 -
[만파식적] 조강(祖江)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5 19:00:00하류의 강은, 늙은 강이다 /큰 강의 하구 쪽은 흐려진 시간과 닿아 있고 /그 강은 느리게 흘러서 순하게 소멸한다.(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 중에서) 바다로 소멸하기 직전의 강을 ‘늙었다’고 한 문인의 표현이 이채롭다. 강원도 태백 등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은 그 끝에 이르러서 북에서 흘러온 임진강과 만나(교하·交河) 하나를 이루고 결국 강화도 북쪽 교동도를 거쳐 바다로 사라진다. 김훈의 세설(世說)뿐 -
[만파식적] 제주 돌담의 수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4 19:00:00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제주도에 분 바람의 최대 속도는 초속 60m로 기록됐다. 태풍의 초속이 15m면 간판이 떨어지고 40m면 사람이 날아간다. 철탑이 휘어질 수 있는 초속 60m의 태풍이 몰아쳤는데도 제주도에 널려 있는 돌담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파풍효과(破風效果) 덕분이다. 바람이 돌담을 이루는 돌과 돌 사이 구멍으로 통과하면서 잘게 부서져 힘이 약해지는 원리다. 오늘날 큰 건물을 지을 때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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