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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세운상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31 20:05:261980년대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세운상가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 있을 수 있다. 세운상가 2층에 오르면 아저씨가 "비디오?"를 외치며 다가온다. "아니요"라고 사양해도 아저씨는 자꾸만 "좋은 거 있으니 보고 가"라며 붙잡는다. 학생들이 찾는 물건은 대부분 불법으로 복제한 LP레코드 즉 '빽판'이었다. 정품의 4분의1 정도 가격에 빽판을 사면 비록 음질은 좋지 않아도 핑크 플로이드(another brick in the wall pa -
[만파식적] 조지 소로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8 20:51:521992년 9월16일자 독일 신문에 당시 독일 연방은행 총재이던 헬무트 슐레징거의 인터뷰가 실렸다. "슐레징거 총재는 독일의 금리 재편 이후에도 한두 가지 통화가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조치로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를 본 조지 소로스는 '압박을 받아' 평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는 통화 중 하나가 영국 파운드라는 것을 직감했다. 행동을 개시할 순 -
[만파식적] 푸틴vs레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7 21:34:27러시아 정가에는 일찍부터 '대머리 법칙'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역대 크렘린 궁을 차지한 인물을 살펴보면 대머리 지도자들이 번갈아가며 권력을 잡아왔다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레닌은 젊을 때부터 대머리였고 검은 머리의 이오시프 스탈린을 건너뛰면 니키타 흐루쇼프, 미하일 고르바초프, 보리스 옐친 등의 모발 상태가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대머리인데다 레닌과 이 -
[만파식적] 소두증(小頭症)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6 20:54:50지난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낙타에 의한 전염, 중동지역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밖에 알려지지 않은 이 외래 감염병이 수천㎞ 떨어진 한국에 전파된 후 보여준 빠른 감염 확산이 의문의 핵심이다.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된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체 전장 분석 결과 특별한 유전적 변이는 없었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다른 요인에 의한 가능성 -
[만파식적] 덕수궁 돌담길 산책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5 20:33:18매서운 추위가 여전한 25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동사거리를 찾았다.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1.1㎞)이 131년 만에 연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둘러볼 생각이었다. 이 돌담길은 1884년 영국이 정동 대사관 부지를 사들이면서 170m 구간이 단절돼버렸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담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추위 탓인지 평소와 달리 인적이 뜸했다. 평소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곤 하던 장소다. 가는 -
[만파식적] 검은 튤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4 21:00:411637년 1월까지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황금보다 비싼 '신의 꽃'이었다. 튤립 한 뿌리만 있으면 살찐 소 4마리, 밀 27톤을 살 수 있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집과 토지를 파는 것도 모자라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튤립을 사들였다. 그런데 그해 2월 갑자기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환상에서 깨어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넉 달 만에 가격이 95%나 떨어졌고 파산자가 넘쳐났다. 네덜란드 정부 -
[만파식적] 짬뽕대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1 21:10:29보름 남짓 전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때아닌 라면 타령이었다. 진짬뽕을 먹고 싶어 학교 근처 편의점과 슈퍼 몇 곳을 들렀더니 다 팔리고 없더라는 것이다. 과자도 아니고 무슨 라면이, 그것도 얼마나 맛있길래 구할 수 없을 정도인지 의아했다. 바로 다음날 와이프가 창고형 마트에 가서 20개들이 한 박스를 사오자 둘째의 투덜거림이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안도의 한숨도 잠시, 매출전표에 찍 -
[만파식적] 겨울 연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20 20:08:35"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중략)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정호승 시인의 '연어'의 한 구절이다. 수많은 연어떼가 차디찬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그들의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며 장 -
[만파식적] 겨울 추위 단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9 20:07:48"가게 밖에 뒀던 소주 박스가 모두 얼어 터져 못쓰게 됐습니다." 기록적 한파가 덮쳤던 1981년 TV뉴스에서 흔히 듣던 구멍가게 주인의 불평이었다. 지금처럼 전문 캐스터가 아니라 중앙관상대(기상청의 전신) 통보관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날씨 예보를 하던 35년 전 일이다. 이해 1월 한파는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도 양평의 1981년 1월5일 기온은 -32.6도로 떨어졌으며 1월4일과 6일도 -31도 등 3일 연속 -
[만파식적] 객가(客家)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8 20:28:59위(魏)·촉(蜀)·오(吳)의 60년 삼국지를 진(晋) 무제 사마염이 통일했을 때 백성들은 이제 평화가 오는가 싶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90년 무제의 죽음이 혼란의 시작이었다. 형과 아우, 친척 간에 서로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투가 16년이나 이어졌고 쇠약해진 국력은 변방 민족을 자극해 오호란화(五胡亂華)·영가지란(永嘉之亂) 같은 외침을 불렀다. 지배계층과 이들을 따르는 백성들은 결국 전란을 -
[만파식적] 스폰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7 21:24:29'하잔 대로 다 해줄게, 사 달란 대로 다 사줄게, 필요한 건 뭐든지 말만 해, 난 니 스폰서 스폰서 스폰서.' 지난해 8월 MBC 무한도전가요제에서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노래 '스폰서'의 가사 첫 소절이다. 곡명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연인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고 다 사주겠다는 내용이다. 세련된 리듬에다 감미로운 가사 덕에 한동안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후원자가 돼서 모든 것을 -
[만파식적] 지구방위합동본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4 20:14:42지난 1940년대 말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의 지질학자들은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마을에서 지질 탐사를 벌이다가 거대한 원형 지형과 싱크홀을 발견했다. 그들은 유전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이를 무심코 지나쳐버렸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80년. 미국 사이언스지에 공룡 멸종이 소행성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물리화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의 획기적인 논문이 실렸다. 당시만 해도 공룡이 화산 폭발 때문에 사라졌 -
[만파식적] 모술댐과 아시리아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3 21:37:23구약성경(요나서 1장 1~2절)에 보면 여호와가 나쁜 짓을 많이 한 니네베 사람을 회개시키기 위해 선지자 요나를 보낸다. 요나는 여호와의 부름을 거역하고 도망친다. 니네베는 지금의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로 기원전 612년까지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지배한 아시리아의 수도다. 한때 이집트까지 제압한 대제국 아시리아는 피지배민을 잔혹하게 대했다. 저항한 지역의 사람은 씨를 말렸고 항복한 지역도 군주와 귀족은 코에 구멍을 -
[만파식적] '멜론' 가격논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2 20:26:19"이 정도 아이디어와 결과물이라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최소 3,000억원 이상은 받았을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카카오에 626억원에 매각된 '김기사'를 두고 국내의 인수합병(M&A) 전문가가 한 말이다.당시만 해도 '김기사'의 성공적 매각과 관련해 언론에서는 '대박' 혹은 '벤처 신화'라며 추켜세우는 것이 일반적 분위기였다. 국민 모두가 '김기사' 개발자인 박종환씨가 이뤄낸 엄청난 부(富)를 부러워하던 판국이었다. 그럼에 -
[만파식적] 가족 밥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1.11 21:23:34펄떡이는 생선을 잡아 튀기고 돌아서서 닭을 잡는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을 뒤섞어 쉴 새 없이 돌리는 웍(鍋·중국냄비)이 쏟아내는 요리들. 아름답다 또는 화려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것도, 경사가 나 잔치를 여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사랑하는 세 딸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마련한 아버지의 정성이었다. 1995년 개봉한 홍콩 영화 '음식남녀'의 첫 10여분은 지금도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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