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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기 컨버전스의 최종 종착지는 커뮤니케이션

하드웨어는 콘텐츠 사용 위한 도구 불과, 커뮤니케이션이 IT기기 컨버전스의 최종 종착지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최근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컨버전스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각종 부가 기능들을 속속 빨아들이면서 끊임없이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휴대폰은 컨버전스의 총아로 불리며 디지털기기 사이의 융합을 선도하고 있다. 누구나 하나씩 갖고 다니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모든 기능들이 휴대폰으로 집약되고 있는 것.
컨버전스의 최종 종착지는 커뮤니케이션, 즉 네트워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결국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만큼 결국 네트워크와 융합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기기의 끊임없는 혁신
‘휴대용 디지털기기(IT기기)는 컨버전스(Convergence)로 통한다.’ IT기술이 급격히 진화하면서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 불과 1Kg도 되지 않는 제품 속에 무수히 많은 기능들이 장착되고 있는 것.
당초 ‘음악 감상=MP3, 동영상 감상=PMP, 길 안내=내비게이션, 전화 통화=휴대폰 등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이름은 주로 사용하는 성능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디지털기기 사이의 무한 컨버전스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디지털기기의 명칭은 가장 대표적인 기능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쓰이는 용도만으로는 그 제품을 명명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 실제 40MB 용량의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려고 할 때 MP3P, PMP, 내비게이션, 휴대폰 등 어느 제품을 선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컨버전스가 진행됐을 때는 지속성이 유지되지 못했다. 고유의 제품을 원하는 디버전스 시대로 재차 돌아간 것. 하지만 이제는 보다 ‘진화된 컨버전스’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단순히 어설픈 기능만을 갖다 붙인 초창기의 컨버전스가 아니라 기능면에서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결합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디지털기기는 지금 각종 부가 기능들을 속속 빨아들이면서 끊임없이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컨버전스의 경제학
하나의 디지털기기에 특정 기능이 부가되는 것은 제품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다수가 일정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리미엄 디지털카메라 30만원 후반~40만원, 프리미엄 내비게이션 40만~50만원 등 모든 제품에는 나름대로의 가격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드웨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일정 가격선을 유지하는 비결은 생산단가 하락을 새로운 기능으로 상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의 성능이 나아졌다고 해서 가격을 크게 높이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그 가격대에 맞춰져 있는 이상 무리한 가격 인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욕을 꺾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컨버전스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기기의 진화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바뀌게 한다. 즉 제품을 놓고 필요한 기능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성능을 갖춘 제품군을 찾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MP3P는 음악 감상·동영상 재생·전자사전, 내비게이션은 동영상 재생·DMB, 전자사전은 동영상 재생·음악 감상·사전검색 등 한 제품에 무수히 많은 기능들이 탑재돼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각 영역별 전문 업체라는 개념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 MP3P의 대표 업체였던 레인콤과 코원은 PMP와 내비게이션 신제품을 내놓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두 업체 모두 울트라모바일PC(UMPC) 시장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PMP 업계의 선두주자인 디지털큐브가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든 것, 그리고 전자사전업계의 샤프전자와 내비게이션 업계의 팅크웨어 및 지오텔 등이 PMP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한 사업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된 수익구조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사업다각화는 유사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측면도 있다. 실제 제품군만 다르지 기능상으로는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도 쉽다.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한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이 중심인 정보통신총괄에 MP3P와 PC 사업부를 옮긴 것도 휴대용 디지털기기를 개발함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MP3P와 PC 사업부는 기존에 디지털미디어총괄(DM총괄)에 속해 있었다.



휴대폰은 컨버전스의 총아
휴대용 디지털기기 중 휴대폰은 대표적인 컨버전스 상품이다. 무선인터넷,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전자사전 등의 기능은 물론 DMB, 이동식디스크, 파일뷰어 등 제품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수십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휴대폰에 각종 기능이 지속적으로 첨가되는 것은 휴대폰이 누구나 하나씩 갖고 다니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다른 IT 제품들의 경우 반드시 휴대하지는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휴대폰이 미래에 모든 디지털기기를 끌어안을 모바일 단말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휴대폰은 컨버전스가 일어나면서 모바일인터넷폰, 카메라폰, 뮤직폰, 스마트폰 등 특정 기능에 맞게 세분화되고 있다. 각각 UMPC, 디지털카메라, MP3P 등 본연의 기능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
소니에릭슨의 사이버샷폰(카메라), 워크맨폰(음악) 등이 특화된 용도로 주목 받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다양한 특화폰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의 500만 화소 카메라폰인 뷰티폰은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한 대표적인 휴대폰이다. 외관도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해 일명 T자인(테크놀로지+디자인)으로 통한다. 삼성전자는 뱅앤올룹슨의 기술을 적용한 뮤직폰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다. 북미지역에서는 인기 가수인 비욘세를 모델로 한 ‘비욘세폰’도 선보였다.
최근에 나오는 특화폰은 300만 화소대의 카메라, 손 떨림 보정 기능, 자동초점, 인물 인식 기능 등 전반적인 사양이 업그레이드되는 추세다.
3세대(3G)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면서 모바일인터넷폰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얼마 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출시한 햅틱폰과 터치웹폰은 휴대폰으로도 PC와 같은 환경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노키아의 N시리즈는 대표적인 멀티미디어폰으로 꼽힌다. 특히 노키아는 휴대폰에 GPS를 내장해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이용하기 좋도록 변모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이용한 주변위치 검색에서부터 폰카로 촬영한 지역을 휴대폰 지도에 남기는 것 등 서비스는 나날이 향상되는 중이다.

컨버전스 시대에 살아남는 디버전스 공식
컨버전스 세계에 프리미엄급 컨버전스 제품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은 기기 안에 많은 기능들이 첨가된 컨버전스 시대라지만 본래의 기능에만 충실하되 가격은 저렴한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치솟는 물가 속에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저렴한 제품들이 새로운 제품군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제품군은 프리미엄급과 보급형 디버전스 제품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보급형 제품군의 가격은 대개 프리미엄급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로 형성된다. 컨버전스가 이뤄지다 보면 특정 기능이 다소 떨어지기 쉬워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가 기능들은 대체로 빼버리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이 같은 보급제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세운다. 대게 ▦디지털카메라 20만원 ▦UMPC 40만원 ▦PMP 20만원 ▦휴대폰 30만원 수준 등으로 가격 한계선이 설정된다. 이들 제품들은 여러 기능은 없지만 자체 기능만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긴다.
레인콤의 MP3P M플레이어(미키플레이어)는 액정화면조차 없다. 전원 버튼에 볼륨과 앞뒤 버튼 등 버튼이 불과 3개밖에 없다. 가격도 1GB 기준으로 5만원 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9개월 만에 40만대 이상 판매되며 밀리언셀러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두 세 개씩 다시 사기도 한다.
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와인폰은 부가 기능을 강화하기보다 키패드를 2배 크기로 확대하는 등 기본 기능을 강조, 50만대 가량 팔리기도 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히트를 바탕으로 최근 와인폰2를 내놓았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 융합
그렇다면 컨버전스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미래의 모든 휴대용 디지털기기는 커뮤니케이션과 맞닿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 하면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보급률이 타 기기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휴대폰은 상호간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다른 하드웨어의 경우 통신과 접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MP3P에 인터넷전화 기능을 넣거나 내비게이션과 노트북, 그리고 UMPC에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탑재하는 것 등 ‘접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결국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런 만큼 하드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게 되면 하드웨어는 네트워크와의 융합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황정원 서울경제 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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