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소광체 분자 비콘(Quencher-free Molecular Beacon)은 DNA칩 상용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5월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단계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단일염기의 다양성을 알아야만 한다”면서 “무소광체 분자 비콘은 이 같은 단일염기의 다양성을 분석하는데 이전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무소광체 분자 비콘은 말 그대로 형광신호를 조절하는 소광체 없이도 형광신호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형광 DNA 센서다. DNA 센서는 DNA를 이루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등 4가지 염기의 배열 상태를 분석함으로써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적 변이가 있는지 조사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주로 두 가닥이 한 쌍을 이루고 있는 DNA의 가닥에는 염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 있는데, 이들의 순서가 바로 유전 정보다. 이 같은 유전 정보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전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DNA의 염기 서열이 올바르게 배열돼 있는지 분석하는 기술이 유전자 진단과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이다. 이 같은 유전자를 분석하고 감지하는 기술이 바로 분자 비콘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무소광체 분자 비콘은 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앞서나간 기술이다. 기존의 분자 비콘에는 형광체와 소광체를 분자 양쪽 끝에 투입해 센서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무척이나 복잡했던 것. 하지만 김 교수팀의 무소광체 분자 비콘은 소광체 없이 형광체만 도입해 가장 말단에 위치한 염기의 쌍과 상호작용을 통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방법은 단 한 개의 잘못된 염기를 분별할 정도로 민감하고, 한 개의 형광체로 원하는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소광체가 위치한 자리에 다른 작용기의 도입도 가능해져 기능적 효율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무소광체 분자 비콘 개발로 분자 비콘의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던 고가의 제작비용을 줄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에 그만큼 다가섰다는 것. 다만 김 교수는 “관련 연구인원은 10~15명 선을 유지하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상용화 시기 등에 대해 정확히 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실적은 올해 1월 영국의 권위 있는 화학저널 출판사인 로열 소사이어티 케미스트리의 대표적 리뷰저널인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의 온라인 판에 발표된 뒤 곧바로 인쇄돼 출판됐다. 특히 무소광체 분자 비콘을 이용한 DNA와 RNA 분석방법은 산업화 가능성도 높아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특허 출원 중이다.
김 교수는 “소광체 없이도 분자 비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낸 것이 지난 2004년”이라면서 “당시 미국 화학회지에 실린 뒤 인용횟수가 44차례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DNA를 진단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유전자 치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사람마다 성격이나 체질이 다른 것처럼 치료의 방법도 차이가 난다”면서 “이는 대부분 한 두 개의 유전자 차이, 즉 단일염기의 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염기의 다양성을 알게 되면 치료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김 교수는 1997년부터 유전자 변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김 교수의 연구실은 2001년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됐다.
그의 초기 연구 성과 중 하나인 변형핵산시스템에 대한 연구결과는 유전자 치료제 등에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서울대 화학과 출신으로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1988년 포스텍 교수로 부임한 이후 이온 운반 물질인 노낙틴의 전합성, 그리고 새로운 펩타이드 등입체성계의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거대 고리 화합물질의 새로운 합성방법, 새로운 타입의 수화젤, 세포 투과성 올리고뉴클레오티드, 기능성 올리고뉴클레오티드 등의 개발성과도 올렸다.
이철균 서울경제 기자 fusioncj@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