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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서 영감 얻은 소방로봇

[STOP, DROP, AND ROLL] 곤충의 자기보호 본능 모방한 산불 진압용 소방로봇









더듬이를 세우고 독일의 검은 숲속 이끼 낀 바닥을 재빠르게 기어가는 ‘올루(OLE)’는 곤충 형태의 로봇으로 공격형이 아니라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크기는 길이 1.2m에 폭 0.6m로 구조견 세인트 버나드 만하다.

독일어로 비포장도로용 소방 기구를 의미하는 ‘Off-road Loescheinheit’의 약자인 OLE는 산불 진압용 소방로봇으로 물탱크와 분말소화기를 갖추고 있다. 특히 OLE는 GPS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적외선 및 열감지 센서도 갖고 있다.

현재 개념 설계 단계인 OLE는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인 마그데부르크 슈텐달 대학 산하 산업디자인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OLE의 개념 설계에는 디자인학과 교수인 울리히 볼게무트, 생물학자이자 로봇 시스템 관리자인 올리버 랑게, 그리고 디자인 회사인 트란스루첸트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볼게무트는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인 쥐며느리가 연결식 갑옷으로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실제 OLE의 방화 외피는 바로 이 갑옷을 모방한 것이다.

또한 6개의 다리도 로봇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랑게는 “일반적으로 걷는 것이 멋있을지 몰라도 로봇에게는 그다지 큰 필요가 없다”면서 “하지만 OLE는 기본적으로 불탄 삼림의 폐허를 파헤치면서 움직이고, 불과 가까이 하는 로봇인 만큼 다리형으로 만들면 몸체가 열기와 접촉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로봇공학자의 관점에서 6개의 다리는 완벽한 숫자다. 가장 안정적이고 움직여야 할 포인트를 계산해 내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개념 설계자들은 OLE의 소방임무 처리 방식을 두 가지로 제안했다. 첫 번째는 로봇을 웅크려 마을이나 캠프장 인근의 화재 위험성이 높은 장소에 두는 것이다. 로봇은 센서가 800m 이내에서 화재를 감지할 때까지 그 상태로 잠들어 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로봇이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화재를 발견하면 가서 끄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배터리 수명과 숲 속의 장애물이 문제로 남는다.

OLE는 섭씨 1,000℃까지 견디는 내화성 세라믹 섬유 복합재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볼게무트는 말한다. 무게는 70~90kg 사이며 단가는 12만5,000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인데, 누군가가 숲 속에서 이 로봇을 훔쳐가더라도 내장된 GPS를 통해 그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산림화재 진압 전문가들은 OLE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인간 소방수보다 더 나은 수색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다. 실제 스웨덴 SP기술연구소의 화재연구가인 마가렛 시몬슨은 이 소방로봇이 공중에서 투입되는 소방수들의 길을 안내하는데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덴마크의 화재 및 보안기술연구소의 헨릭 비그비예르크는 이 로봇이 작은 불조차 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 당장 OLE의 생산 계획은 없다. 하지만 개념 설계자들은 이 로봇이 상상 이상으로 실용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에서는 매년 50㎢의 산림이 산불로 타 없어진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로봇이 있다면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그림설명>

1. 분할식 내열 세라믹 섬유 복합재는 화염으로부터 유도 시스템, 내장 센서, 전원을 지킨다.

2. OLE는 바퀴 대신 관절이 있는 다리를 사용한다. 따라서 화재로 뜨거워진 지면과 재에 접촉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리를 6개로 한 것은 이상적인 선택이다. 가장 안정적이고 움직임을 계산해내기 쉽기 때문이다.

3. 중량 문제 때문에 많이 싣지는 못하지만 OLE는 화재를 진압하는데 충분한 양의 물, 포말, 건성 화학약제 등을 싣고 다닌다.

4. OLE는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800m 이내의 화재를 감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을 화재 감지용으로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 로봇으로 화재를 감지한 다음 공중에서 소방수들이 화재 현장에 투입돼 불을 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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