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총기를 발사하는 것은 로봇, 그러나 이를 조정하는 것은 병사다.
탱크와 병사의 결합으로 탄생한 군의 최신 병기 덕택에 로보캅은 이제 이웃 경찰 아저씨쯤으로 보이게 됐다. 이 병기는 군수 계약업체인 포스터 밀러 사(Foster-Miller)가 보스니아에서의 정찰용으로 제작한 경량 로봇과 북부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인 엔지니어 그레이엄 혹스[인터뷰 참조]가 발명한원격조정 기관총 거치대를 결합해 제작됐다. 세계 최초의 지상 원격현존(telepresence) 전투용 무기로서 명중률에 있어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할뿐더러 사람처럼 잠을 자거나 전사할 위험도 없다.
육군에서는 이를 ‘SWORDS(Special Weapons Observation Reconnaissance Direct-action System)’라 명명하고 있으며 다음 달 이라크현지에 18개를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은 개당 가격이 $230,000로 사격 시 반동 없이 분당 1,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기본 자동소총을 탑재하게 된다.
육군의 신예 전투용 로봇
무기 거치대 2개의 볼나사 작동기(ball-screw actuator)가 조종자로 하여금 무기의 회전, 기울기, 사격을 정확히 조종하게끔 도와준다. 거치대에 장착 가능한 기관총으로는 크기 별로 M16에서부터 바렛50칼리버 (Barrett.50 Caliber)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5분 내에 교체 가능하다.
차량 무게 165파운드의 차량은 36볼트 DC 충전형 리튬이온 배터리 한 개로 약4시간 동안 시속 5마일 속도로 주행한다. 또한 케블라 탄도셸 (Kevlar ballistic shell)로
탄환 파편으로부터 외장을 보호하고 있다.
작동 조정장치 무게 28파운드의 휴대용 조정장치에는 4분할 스크린이 달려있어 4대의 카메라로 포착되는 화면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차량과 무기는 각기 별개의 조이스틱으로 조정된다. 전파신호가 1.5마일 거리까지 전송된다.
센서 고성능 마이크를 통해 조종자는 차량 부근에 발생하는 소음을 들을 수 있게 된다. 화학 센서와 생물 센서도 부착해 조종장치를 통하여 모니터할 수 있다.
트레드 섬유유리로 보강된 고무 소재의 트레드는 모래, 진흙, 눈, 얼음 등 모든 지형에서 주행 가능하며 언덕이나 계단도 오를 수 있다.
아이디어맨
전투용 로봇? 이런 발상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그레이엄 혹스는 전투기처럼 바다 밑을 “날아다니는” 파격적인 날개형 잠수정의 발명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국 출신의 엔지니어인 혹스는 군 최초의 로봇 기관총을 개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혹스는 지면을 통해 1985년 필라델피아에서 발생했던 경찰 총격전의 참상을 접한 후 이와 같은 발명품을 구상하게 됐다. 올해 57세인 그레이엄 혹스와의 아래 대담을 통해 전후 사정을 들어보도록 하자.
팝시: 정부 지원 없이 이 기술을 개발하셨습니까?
혹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경우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 내놓지 않는 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로봇도 자비로 제작했습니다. 3D-CAD로 시스템을 설계해 부근의 기계공장에 부품 제작을 맡겼습니다. 물론 작업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로 말입니다.
팝시: 결과는 어땠나요?
혹스: 무게 27파운드짜리 시제품이 완성됐는데 소총 사격 시 명중률이 사람보다 뛰어났습니다. 올해 80세인 장인어른의 사격 솜씨가 단 3분 안에 30세의 육군대위와 맞먹는 수준이 되더군요.
팝시: 와, 정말 대단하군요.
혹스: 도심 전투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완벽한 병기죠. 전투 한복판에서도 저격병처럼 안전한 장소에 숨어 사격할 수 있으니까요. SWORDS는 여러 플랫폼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팝시: 경찰에서도 관심을 보이던가요?
혹스: 맨 처음 이 시스템을 구매한 건 군측이기 때문에 현재 그 방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후에는 사법당국에서도 이 시스템을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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