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베니스. MIT의 환경공학과 도널드 할먼 명예교수는 “베니스는 단 몇 cm의 해수면 상승에도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도시”라고 지적한다. 기온 상승에 의해 물분자가 팽창하고, 이것이 극지방에서 녹아 내린 빙하들과 상호작용을 하므로 다음 세기에는 해수면이 30∼50cm 가량 상승할 것이다. 이는 베니스의 역사적 통계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낮은 곳인 성 마르코 광장은 1900년에 7번, 1950년에는 20번이나 물에 잠겼고 작년에는 90차례 이상 홍수에 시달렸다.
지구 온난화만이 위기의 주범은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30년 동안 베니스는 당국의 결정으로 도시 밑의 기저수를 퍼내어 파멸을 자초했고, 이로 인해 베니스는 11cm나 가라앉았다. 할먼의 계산에 의하면 이는 약 300년 동안의 자연 침강에 상당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베니스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홍수 뒤에 물이 빠지면서 남은 소금은 가장 견고한 석조물까지 침식해 들어갔다. 뉴욕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법인 「베니스 살리기 협회」 회장 밥 구트리는 “현재의 베니스는 손톱으로 벽돌을 긁어 떼어낼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대리석이 당화(糖化)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이는 것이 이동식 홍수갑문(‘이동식 갑문’ 그림 참조)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이미 30년 전에 뛰어난 기술자들이 모여 제안한 방법이다. 홍수갑문 설계에 참여했던 베니스 해양학자 로베르토 프라세토는 “그러나 이 계획은 반대하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때문에 30년째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기술자들이 홍수 때를 제외하고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갑문이 선박의 운항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함에 따라 운하 갑문이 설계에 추가되었다.
그러자 다른 기술자들은 홍수갑문이 베니스 석호의 깨끗한 물 순환을 방해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베니스는 하수처리시설이 거의 없어 석호에서 악취가 나기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설계에 참여한 할먼은 “각각 다른 해협에서 갑문을 일정한 방식으로 열고 닫으면 특정한 해수 순환방식이 생기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미 수학적 모델을 개발해 놓았으며, 석호의 수질과 물 순환은 사실상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자신들의 대안을 주장하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제안에는 양어장을 만들어 베니스 석호의 유량을 변화시킨다든지 네덜란드식 제방으로 도시를 빙 둘러싸자는 등의 현실성 없는 제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프라세토는 “30년 간 우리의 계획은 더욱 발전되었다”고 자평했다.
최종 결론은 이탈리아 정부가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목기술자들이 이 달 최종 설계를 제출하고, 내년쯤 공사가 시작되어 2010년 경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도 이탈리아에서 밥먹듯 발생하는 정권교체가 없을 경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세토는 “이러한 계획이 더 연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찰스 히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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