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업무와 연구 전반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 컨퍼런스’를 열고 금융·경제 특화 소버린 AI인 ‘BOKI(Bank of Korea Intelligence)’를 공개했다.
BOKI는 한은이 네이버와의 민관 협력을 통해 구축한 내부 AI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인프라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제공하고, 한국은행은 금융·경제 업무에 특화된 AI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직접 설계·운영한다. BOKI는 한은 내부망에 구축된 소버린 AI로 중앙은행이 자체 AI를 내부망에 구현한 국내 첫 사례다.
소버린 AI는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한은의 AI 도입은 2020년 수립된 중장기 발전 전략 ‘BOK 2030’에서 시작됐다. 디지털 혁신을 핵심 과제로 삼고 AI·머신러닝(AI·ML)의 중앙은행 업무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2022년에는 GPT-2 기반 모델을 활용한 내부 업무 테스트를 진행했고, 서울대·엘버른대와 함께 텍스트·멀티모달 모델 튜닝을 위한 개념검증(PoC)을 실시했다. 2023년에는 내부 업무용 챗봇 ‘복실이(BOK+Siri)’를 개발하며 전사적 AI 도입 기반을 마련했다.
박정필 한은 디지털혁신실장은 “중앙은행 특성상 보안과 책임성, 데이터 거버넌스를 동시에 고려해야 했다”며 “전사적 AI 도입은 기술보다 의사결정과 준비 과정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은은 AI 인프라를 내부망에 구축하되,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클라우드의 관리형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 정비였다. 한은은 2021~2022년 전 행(行)의 데이터 자산을 전수 조사해 데이터 카탈로그를 구축하고 표준 용어와 메타데이터 체계를 정비했다. 이후 AI 활용을 위한 데이터 레이크와 고성능 연산 자원도 단계적으로 확충했다.
특히 14개 부서에서 20년간 축적된 내부 보고서 330만 건과 외부 공개 보고서 약 2000건을 수집해 디지털화했다. 중복을 제거한 뒤 약 140만 건의 문서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했다.
한은은 문서를 단순 검색 대상이 아닌, 맥락과 구조를 갖춘 데이터 자산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AI 활용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BOKI는 △조사·연구 문서 질의응답(BOKI.ra) △내부 규정·지침 기반 답변(BOKI.ca) △문서 요약·비교·분석(BOKI.da) △통합 데이터 플랫폼(BIDAS) 연계 자연어 분석(BIDAS.ai) △다국어 번역(BOKI.tr) 등 5개 핵심 기능으로 구성됐다.
한은은 BOKI를 통해 업무 처리 효율을 높이고, 방대한 내부 지식과 데이터를 정책 분석과 연구 전반에까지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버린 AI 구축과 내부망 기반 AI 운영 경험을 공공부문 디지털 혁신 사례로 확산하는 한편, 향후에는 통계·데이터 이용과 금융·경제 이해를 돕는 대국민 서비스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현장 시연에서는 지급준비금 예치 비율을 질의하면 관련 규정과 수치를 즉시 제시하는 한편, 신년사·기념사 등 대외 자료 초안 제안과 내부 문서 요약·분석, 출장 여비 규정을 적용한 실제 여비 산출 과정까지 구현됐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내부 규정과 업무 프로세스를 AI가 이해하고 분석·계산·적용하는 수준까지 고도화됐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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