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 수출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라면이 핵심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8일(현지시간) 한국 라면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거는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식품·농산물 수출액은 136억2000만 달러(약 20조1222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1% 늘어난 수치로 10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라면 수출액은 1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 급증하며 단일 식품 품목 최초로 10억 달러 벽을 넘어섰다. 치즈맛, 매운맛 등 다양한 신제품이 미국, 중국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NBC는 한국 라면의 글로벌 인기 요인으로 K컬처 열풍을 첫손에 꼽았다.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확산이 라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라면 업체들도 이러한 문화적 영향력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를 글로벌 홍보대사로 발탁하고 넷플릭스와 손잡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콘셉트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오뚜기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진라면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도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아시아 지역 글로벌 증권사 CGS인터내셔널의 오지우 애널리스트는 "한국 라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인구 감소로 장기 성장 전망도 밝지 않다"며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농심 조용철 대표는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민첩성과 성장'을 경영 원칙으로 제시하며 해외 사업 확대를 독려했고, 오뚜기 황성만 대표도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내세웠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라면 수요 증가에 일조했다. 맥쿼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식사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면류 시장이 확대됐다. 오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에서 외식 비용이 크게 올랐다"며 "맛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라면이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해외 시장은 매력적이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라면 평균 판매가는 한국보다 30~50% 높고, 미국에서는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반면, 해외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맥쿼리는 "제품 혁신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삼양식품을 주요 수혜 기업으로 지목했다. 삼양식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현재 11.4%이며, 2028년까지 23.9%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맥쿼리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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