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2023년을 전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2차전지 포트폴리오에 경고등이 켜졌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업황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는 기업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이은 다음 타깃은 2차전지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336370)의 해외 손자회사인 ‘서킷포일 룩셈부르크’ 매각이 불발됐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해외 자회사인 볼타에너지솔루션이 보유 중이던 서킷포일 룩셈부르크 지분 전량을 중국 지우장더푸테크놀로지에 2784억 원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서킷포일 룩셈부르크는 2024년 1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지던 곳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연 매출 3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 200억 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2020년 솔루스첨단소재의 전신인 두산솔루스를 약 60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현재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비주력 자산 처분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손실은 1134억 원이다. 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2024년 3분기 76%에서 지난해 3분기 110%대로 상승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100%를 넘기면 재무 건전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한다. 부채총계 1조 원 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약 8470억 원이다. 순손실 누적으로 보유 현금은 줄어드는데 지난해 3분기 현금성 자산은 7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손실은 2022년 이후 지속 중으로 2023년 732억원, 2024년 544억 원을 기록했다. 설비투자(CAPEX)가 지속돼야 하는 장치산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PEF 업계는 2023년 2차전지 붐이 일었을 때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8000억 원 규모 에코프로그룹 투자가 거론된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이 발행한 4400억 원 전환사채(CB)를 스카이레이크, IMM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굵직한 PEF 운용사가 매입했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유상증자(3600억 원)에는 프리미어, IMM인베 등이 참여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16일 주가는 14만 5800원으로 CB 전환가(20만 6250원)를 밑돌고 있다. CB 전환가 하한선을 더 낮추기 위한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경우 상장 시점을 올해 이후로 미뤘다. 같은 해 2차전지 장비사 피엔티(137400)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방식으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 원을 조달했다. RCPS 매입단가는 5만 305원인데 피엔티 주가는 현재 3만 7150원이다.
2023년 당시 이뤄진 PEF 발 투자 대부분은 아직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못했다. 투자유치 이후 2차전지 기업 전반의 기업가치가 낮아졌고, 실적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3년 투자 가운데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시냅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약 1년 만에 대규모 차익을 거둔 1100억 원 규모 엔켐(348370) CB 투자가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2023년 투자는 메자닌, 우선주 매입 형태거나 발행사의 안전장치를 통해 투자자 손실 가능성을 막아놨지만 솔루스첨단소재는 PEF 경영권 투자로 향후 대처가 중요해졌다”며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2차전지 밸류체인 매물이 올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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