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몸무게 1.5㎏에 심장 크기가 어른의 '엄지손가락'만한 신생아의 심장 기형을 생후 8일 만에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1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홍이준 군은 1년 넘는 시험관 시술 끝에 엄마 나이 45세에 찾아온 소중한 아이였다. 이준이 엄마는 산전 진찰 과정에서 아이가 원래의 임신주수보다 3주가량 뒤처질 정도로 작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소장(산부인과 교수)은 이준이가 엄마 배 속에 있었던 작년 8월 정밀검사를 거쳐 '활로 4징'이라는 선천성심장병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였기에 엄마는 이준이를 소중히 품다가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이른 35주차에 이준이를 낳았다.
활로 4징은 1만 명당 3∼4명 꼴로 발병하는 복잡 심장기형이다. △우심실 유출로 협착 △심실중격 결손 △대동맥 기승 △우심실 비대 등 4가지 구조적 결함 때문에 전신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청색증이 나타난다. 활로 4징의 표준 치료법은 심장 구조를 정상화해 기형을 바로잡는 '완전 교정술'이다. 다만 가슴을 열어 심장박동을 멈춘 뒤 심실중격의 결손을 막고 판막을 성형하는 난이도 높은 수술이어서 통상 몸무게가 충분히 늘어난 생후 4개월께 시행한다.
이준이와 같이 이른둥이에 저체중아로 태어난 경우 전신 동맥을 폐동맥에 연결하는 단락술이나 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 시술 등 임시적인 수술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신 동맥을 폐동맥에 임시로 연결하는 단락술은 추후 2차 수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최소 3㎏ 이상의 환아에게 권고된다. 저체중아에게 시행할 경우 수술 후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심실 유출로에 그물망을 넣는 스텐트 시술은 이준이와 같은 저체중아에게 적용하기에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시술 후 폐동맥 판막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산소포화도가 점점 떨어지고 무산소 발작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치료를 미루기 힘들어졌다.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는 이준이의 먼 미래까지 고려해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다. 임시방편이 아닌, 단 한 번의 수술로 심장 구조를 정상화시키는 완전 교정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준이는 태어난 지 8일 만인 작년 11월 18일, 수술장으로 옮겨졌다. 윤 교수는 이준이의 작은 심장을 열어 심실중격 결손을 막고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을 제거했으며, 폐동맥 판막은 유지하면서 심장의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교정했다. 이준이의 혈관이 바늘보다 얇을 정도로 작은 데다 생리적 상태가 미성숙해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수술은 4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술 후 신생아 중환자실로 입원한 이준이는 호흡기, 혈압 조절 등 집중치료를 통해 빠르게 회복했고 수술 11일째부터 수유를 시작했다. 수술 후 시행한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심실중격 결손이 완벽히 복원된 것으로 확인돼, 수술 49일 만인 지난 5일 2.2kg의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윤태진 교수는 “그동안 활로 4징을 앓는 신생아에게 완전 교정술을 많이 시행했지만 1.5kg 저체중 몸무게로 갓 태어난 이준이를 치료하는 건 우리에게도 도전이었다"며 "아이가 재수술의 굴레를 쓰지 않도록 폐동맥 판막을 최대한 살려 한 번에 교정하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준이의 어머니는 "임신했을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걱정이 많았는데, 잘 고쳐줄 테니 낳는 데만 집중하라는 의료진의 단호하고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며 "기적을 주신 만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키우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는 연간 1만 건이 넘는 심장초음파, 750여 건의 심장 수술을 시행하며 소아 심장기형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심장외과는 물론 산부인과, 신생아과, 소아중환자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병리과 의료진이 다학제적으로 협진해 환아의 산전 진단부터 출생 후 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환아의 응급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최적의 수술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홈모니터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보호자가 집에서 환아의 음식 섭취량과 체중 변화, 산소포화도, 심박수, 수유량 등의 데이터를 직접 모바일 앱에 입력하고 의료진이 이를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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