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직 활동을 포기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공공일자리를 통해 취업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금융기관 인프라 등을 활용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구상이다.
1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재정부와 노동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청년 뉴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뉴딜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재정 투입 대신 기업·지역사회 등 민간 영역에서 교육과 근로 환경을 제공하는 민간 주도형 모델로 설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번 대책은 역대 최악인 청년층 고용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71만 7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70만 명을 돌파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하나인 쉬었음은 특별한 사유 없이 구직 활동도 하지 않아 노동시장 밖에 있는 인구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임기 내 최소 12만 명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과거처럼 인위적인 숫자 늘리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감축 목표를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단기 근로 확대를 지양하고 대기업·금융기관이 보유한 최신 교육 연수원 시설을 청년들에게 전면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 현직자가 직접 실무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대폭 확충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회연대경제 강화도 이번 대책의 한 축이다. 지역 소외 계층을 위한 야학 교사 등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활동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쉬었음 청년 문제는 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된 노동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이라며 “청년들이 실질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하는 ‘청년 뉴딜’ 프로젝트는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2030 세대의 ‘쉬었음’ 인구를 줄이기 위한 패키지 정책이다. 과거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세우면서 정부 예산을 투입해 공공기관 인턴 등 단기 일자리로 통계상 취업자 수를 늘리는 미봉책을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대기업·금융기관·지역사회 등 민간 영역이 함께 나서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층과 사회의 고리를 다시 잇는 구조적 접근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14일 내놓은 ‘2025년 12월과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연간 취업자 수는 2876만 9000명으로 전년 대비 19만 3000명 늘었다. 15~64세 고용률은 69.8%로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34만 5000명 급증하며 전체 수치를 견인한 반면 15~29세 청년층은 전년 대비 17만 명 급감했다.
단기적인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12월 지표는 더욱 암울하다. 지난해 12월 실업자 수는 121만 7000명으로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 역시 4.1%로 급등해 2000년 12월(4.4%)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0.4%포인트 감소하며 20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층은 경기 둔화에 따른 주력 산업 일자리 감소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저숙련 일자리 미스매치, 경력자 채용 관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고용 양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 5000명 급감하며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수출 효자 종목인 제조업 역시 취업자가 7만 3000명 줄어들어 2019년(-8만 1000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기록하며 고용 동력이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큰 문제는 구직 활동을 단념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이른바 ‘쉬었음’ 인구가 청년층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30대 쉬었음 인구는 30만 9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3년 27만 3000명, 2024년 30만 2000명, 2025년 30만 9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20대(20~29세) 쉬었음 인구도 40만 8000명을 기록해 2030세대에서만 71만 7000명에 달한다.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어섰다. ‘쉬었음’은 취업 준비, 가사, 육아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들은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려 사실상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에서도 소외된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청년 뉴딜을 통해 단순히 청년들을 한데 몰아넣고 취업자 숫자를 부풀리는 과거 관행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2026년 경제 성장 전략 국민 보고회’에서 성장 과실이 특정 계층에만 쏠리는 ‘K자형 성장’을 한국 경제의 중대한 도전이자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과실을 청년·중소벤처·지방이 함께 나누도록 경제구조를 바꾸고 모든 부처가 정책 설계 때 청년·중소벤처·지방을 최우선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부처별로 일자리를 할당해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민간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이식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최첨단 교육 시설과 연수원을 개방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직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선배로서의 노하우와 멘토링을 전수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억지로 취업을 시켜 단기적인 숫자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직자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실질적인 직무 역량을 쌓고 사회와의 접점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사회의 참여다. 소외 계층을 위한 ‘야학’ 교사로 활동하거나 지역 취약 지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활동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쉬었음’ 인구를 최소 12만 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주요 타깃은 핵심 청년 계층인 25~34세를 포함한 2030세대 전체다. 다만 정부는 이 숫자를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은 지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확보와 기업 참여 독려를 위해 내부적인 목표치는 정했으나 정책의 성패를 단순한 취업자 수 증감으로만 평가받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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