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동 스쿠터 브랜드 듀얼트론 USA는 지난해 8월부터 제품 판매 홈페이지에 펭귄 캐릭터가 고객과 말을 주고받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이 AI 에이전트는 한국 스타트업 와들의 서비스 ‘젠투’다. 듀얼트론 USA 홈페이지 방문 고객을 위한 퍼스널 쇼퍼(1인 쇼핑 도우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고객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듯 정해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브랜드나 제품 관련 질문을 던지면 젠투가 그에 맞는 답변을 내놓으며 자연스럽게 제품을 추천한다. 듀얼트론 USA는 젠투를 도입한 후 분기 매출이 60%가량 늘어났다.
최근 유통 업계에선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고객의 쇼핑 전 과정을 책임지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 VIP 고객이 누리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AI로 시도해 고객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구글과 네이버 등 빅테크들이 에이전틱 커머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선발주자인 와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14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중견 소매업체들과 젠투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젠투를 도입한 고객사들은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는 등 눈에 띄는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둔 종이접기 용품 판매 업체 페이퍼트리는 홈페이지에 젠투를 설치한 후 월 매출이 36% 증가했다. K팝 굿즈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 사랑헬로우도 젠투 도입 후 월 매출이 50%가량 늘어났다.
젠투는 와들이 2023년 출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온라인 쇼핑 고객이 서비스를 쓰는 데다 쇼핑에 특화해 설계된 덕에 AI 점원이라고도 불린다. 젠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온라인 쇼핑몰에 흔히 보이는 챗봇과 다르지 않으나 생성형 AI 서비스처럼 자연스러운 문답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가령 ‘브랜드의 강점을 알려달라’ 혹은 ‘어린이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식으로 정형화된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AI가 고객의 의도를 추론해 적절한 답을 내놓는다.
젠투처럼 쇼핑에 특화된 AI를 온라인 쇼핑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은 에이전틱 커머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에이전틱 커머스란 AI가 상품 검색부터 비교·추천 및 구매까지 쇼핑 전 과정을 대행하는 유통업의 새로운 개념을 뜻한다. 지난해부터 AI 에이전트가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AI 에이전트가 업무 말고도 쇼핑을 대신할 수 있다는 착상에서 고안됐다. 나만의 쇼핑 도우미가 생긴다는 점은 고급 백화점이 VIP 고객 대상으로 제공하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와 비슷하다.
개별 유통업체가 온라인 판매 채널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에이전틱 커머스 경쟁은 점차 국내외 빅테크 긴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중 자사 쇼핑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다. 네이버의 AI 에이전트는 고객 검색 이력과 취향 등을 분석해 고객에게 먼저 신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구글은 월마트와 손잡았다. 향후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를 쓰며 월마트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고 제미나이 사용자는 제미나이에 물품 선택과 결제 등 쇼핑 자체를 맡길 수도 있다.
IT 업계에서는 빅테크발(發) 기술 경쟁이 에이전틱 커머스 서비스 범위 확장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객과 맞닿은 점원 역할에서 시작된 에이전틱 커머스가 유통업 내부로 들어와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관리자 자리를 꿰찰 것이란 분석이다. 조용원 와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앞으로 에이전틱 커머스 분야에서 AI 에이전트는 검색과 추천처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유통 체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AI가 온라인 담당 직원처럼 사람과 협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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